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달러에 달하는 달러화를 풀기로 함에 따라 일본과 중국ㆍ유럽 등 각국이 통화절상 압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은 필요할 경우 환율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고 핫머니 유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돈 풀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때마침 4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을 시작으로 일본은행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줄을 잇는 가운데 당초 예상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당장 각국 통화정책에 큰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추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뚜렷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FRB는 3, 4차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지속되는 미국의 돈 풀기로 환율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엔고(円高) 현상 때문에 미국의 양적완화에 가장 큰 압박감을 느껴온 일본은 일단 외환시장 동향을 관망하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돌입한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는 이날 한 강연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대해 "경제와 물가정세를 면밀히 점검해 적절한 정책대응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은행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를 의식해 당초 11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튿날로 앞당기는 등 준비태세를 갖춰왔다. 미국이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고를 부추긴다면 일본도 곧바로 추가 완화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FOMC 이후 엔화가치가 오히려 소폭 하락함에 따라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도카이도쿄증권의 외환전략 담당인 사노 가즈히코는 "FRB의 결정이 시장의 기대수준이었던 만큼 일본은행이 정책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다만 높아진 외환시장 변동성 때문에 일본의 결정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지나친 환율변동은 경제와 금융안정에 악영향을 준다"며 "필요하다면 개입을 비롯한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양적완화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기존의 자본통제조치를 통해 양적완화의 파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샤빈(夏斌)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잡지인 '중국금융(中國金融)'을 통해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세계경제에 최대 위험요인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이 통화정책과 자본통제조치를 통해 양적완화에 따른 외부 충격을 완화할 방화벽을 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럽은 이날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로 동결시키며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로 ECB가 추진해온 출구전략 실행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해 수출기업들에 타격을 입히면서 유럽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