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한진중공업은 31일 "최근 조선 부문 인력을 최소 30%가량 줄이고 기술본부 일부 조직을 분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력조정 기본계획안'을 노동조합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발주가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한진중공업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수주가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중소 조선업계는 물론 대형 조선업체들로까지 인적 구조조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전달한 인력조정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회사 측은 올 2월 안에 조선 부문 전 직원 2,500여명 가운데 최소 30%(750명) 이상의 인력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상선ㆍ해양 설계조직, 선박해양연구팀 등 기술본부 일부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킬 방침이다. 이 같은 정리해고와 분사 등을 통해 추진하는 인력감축 규모는 약 1,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 중순부터 조선 부문 인력을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건설 부문으로 전환배치하는 등 사실상 인적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2009년 단 한 건의 신규수주도 기록하지 못한 데 반해 건설 부문은 교량 등 토목건축 분야에서 사상 최대인 2조원가량의 수주액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대형 조선업계에 비해 조선소 규모가 작고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저가수주에도 나설 수 없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조선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 같은 회사 측 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 측은 "일방적 정리해고와 기술본부 분사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영악화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올해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하려 하는 것은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사측은 손쉬운 인적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이 아닌 다른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