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휘청… '불황도미노' 우려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뉴욕 월가가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안전한 피난처라는 국제시장의 신뢰감을 잃었기 때문에 뉴욕 금융시장에 잠겨있던 국제 유동자금이 대거 해외로 이탈, 달러화와 뉴욕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해 왔던 소비지출 마저 위축시켜 미국은 더 이상 경기 침체를 피해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오히려 미국 및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즉 부시 행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신속ㆍ적절한 대응,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협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까지는 세계 경제 침체 가속화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 세계 경제 불황 가속화될 듯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공격 받은 사실은 자본주의에 대한 테러며,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 경제를 침체로 빠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부행장은 "미국 경제가 그 동안 침체와 저성장 사이를 줄타기해 왔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준(準) 전시 상태에 돌입함으로써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로 성장을 면하고 있는 경제가 조만간 마이너스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국제 자본, 미국 이탈 가능성
이번 테러 사태로 미국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신뢰감은 크게 악화됐다.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며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금본위 시대에 각국이 보유금을 뉴욕 FRB에 보관함으로써 미국은 지난 세기에 국제 자본의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또 미국 경제가 지난 10년 동안 호황을 지속함으로써 재무부 채권(TB)은 안정적인 이윤을 보장하는 유가증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뉴욕도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전세계 유동성의 3분의 2가 모여 있는 뉴욕 금융시장에서 국제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반증이나 하듯 미국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1.8%, 일본 엔화에 대해 1.5% 폭락했다. 또한 수세기 동안 영세 중립국을 표방해 온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도 2.9% 하락했다.
■ 유가 상승 조짐도 복병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에 피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회교원리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함으로써 이슬람 세력과의 대립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이는 곧장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ECD)가 미국을 지원할 것인가 여부에 유가의 향방이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OPEC의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세계 유가 안정을 위해 증산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 세계 경제가 침몰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회복 요인의 하나로 꼽았던 유가 하락 추세가 거꾸로 상승 조짐을 보임에 따라 미국의 저성장, 또는 부(負)의 성장이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