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 안 듣는 말 때문에..."

근대5종 경기의 순위 지각변동은 역시 말(馬)이일으켰다. 물론 말을 잘 다루는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추첨으로 결정된 말이 `얼마나 말을 잘 듣느냐는 것'이라는 통념이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사격과 펜싱, 수영을 합쳐 전체 32명의 선수 가운데 9위에 올라 있던 한도령(대구시체육회)은 27일(한국시간) 아테네 구디 근대5종경기장에서 열린 승마에서 잘 달리던 말이 장애물 앞에서 갑자기 멈춰 낙마하고 말았다. 한도령은 고삐가 풀린 채 달아나는 말 `바리오(BARIO)'를 겨우 한쪽 구석으로끌고 가 차분하게 달랜 뒤 장애물을 억지로 넘었지만 제한시간을 초과, 808점(29위)을 얻는데 그쳐 합계 3천988점으로 순식간에 26위로 추락했다. 한도령이 장애물을 모두 통과한 시간은 143초74로 승마에서 1위를 한 선수가 끊은 기록(71초38)의 2배. 사상 첫 메달권 진입을 이뤄보자며 말에 올랐던 한도령에게 관중은 결과에 관계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정작 본인은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퇴장해야 했다. 마지막 경기인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부진했던 한도령의 최종 순위는 24위. 한도령은 "말은 좋은 종이었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다가 갑자기 멈추는등 오락가락했다"면서 "말을 달래느라 시간도 초과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상위 랭커들도 `말들의 반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마르킨 호르바크(폴란드)는 사격과 펜싱, 수영까지 선전해 중간합계 2위를 달리고 있다가 역시 `말의 반란'으로 한 순간에 꼴찌로 추락한 뒤 크로스컨트리에서 만회하지 못해 결국 최종 성적도 최하위에 머무는 `참사'를 당했다. 초반 장애물을 훌쩍훌쩍 넘어가던 호르바크의 말이 중간에 갑자기 8차례나 장애물을 외면하자 하늘을 원망하던 호르바크는 아예 경기를 포기, 승마에서 겨우 112점을 얻어냈다. 승마 전까지 4위를 달리던 루스템 사비르쿠진(러시아)도 마찬가지. 말이 장애물 넘기를 수차례 거부하다가 마구 떨어뜨리며 겨우 통과는 했지만 벌점을 받아 점수는 908점(28위), 4개 종목의 합계 순위는 15위로 수직 낙하한 뒤 크로스컨트리에서 분전했으나 최종 순위는 10위에 그쳤다. 그러나 펜싱과 수영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안드레이모이시프(러시아)는 실력과 행운이 함께 한 듯 말이 한, 두 차례 장애물을 건드렸으나 외면은 하지 않아 끝까지 1위를 고수, 금메달의 영광을 얻었다. 자국 선수가 중도에 경기를 포기하고 퇴장하는 장면을 지켜보던 폴란드 대표팀코칭스태프의 한 관계자는 "말이 결정적"이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내뱉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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