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 안기부 직원 '정보누설' 막가파 수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불법도청 사실 공개를 계기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앞다퉈 폭로해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들이 밝혔거나 제기한 의혹들은 그 사실관계에 대한 규명부터 이뤄져야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국정원 관계자'나 `옛 안기부 관계자'의 이름으로거침없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은 이들이 정말 `비밀엄수'를 중시하는 국정원 출신이 맞는 지에 대한 의문부터 제기하고 있다. 안기부의 도청조직인 '미림'팀에 몸담았던 직원들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강제퇴직한 직원들까지 정보누설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있는 것이다. 1997년 당시 오모 대공정책실장 보좌관이었던 김기삼씨는 25일 방송된 SBS와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언론사 임원들의 대화뿐 아니라 기자들의 휴대전화도 도청했다고 들었다"며 "기자들의 노트북 해킹을 위해 2000년 전국의 해커들을 모아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날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전신인 안기부가 기자들이 본사로 전송하는 기사를 해킹하거나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휴대폰 감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외국연수 후 의무복무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2000년 11월 직권면직된 뒤2001년부터 노벨상 수상 공작 및 대북송금 의혹 등을 제기하다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이다. 또 미림 팀장이었던 공모씨는 방송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 흥분시키면 진짜 언론 재갈 다 물려 놓을 거야. 언론 다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 너희들이 발칵 뒤집힐날이 있을지 모른다"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씨는 1998년초 안기부에서 직권면직을 당했다가 소송 끝에 명예퇴직으로 처리됐으며 현재 국정원의 특별관리 대상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안기부에 근무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폭로하게된 동기를 짐작케 할 만한 대목이다. 전직 안기부 직원이었던 A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신들의 과거 정보수집 활약상이 마치 '서부시대 활극'의 주인공처럼 대단했음을 과시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며 "음지에서 일하고 취득한 정보는 영원히 땅속으로 가져간다는 '정보맨'의 초보적인 윤리마저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미국에 도피해 수배 중인 퇴직 직원이 아무런 근거없이 얘기한 것을마치 사실인양 보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불필요한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무분별한 추측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국정원의 이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보맨들의 정보 누설을 막을 만한 제어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무차별적인 폭로와 이에 근거한 보도를 부추기는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는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후에도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법령에 의한 증인.참고인.감정인 또는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할 때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 조항은 두지 않아 법 조항 자체가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직 안기부 직원들의 무차별적인 폭로를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 B교수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넘어오는과도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언젠가는 한 번쯤 터졌을 사건이다. 정보기관의 권력남용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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