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www.ngoisao.net)에 접속해 보라.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인내력을 갖고 게시판을 둘러보자. 첫 글은 2002년 8월21일에 올린 관리자의 테스트이다. 아무 내용도 없다. 다섯번째 글의 제목은 `Hello, I love Korea`.
수수께끼 같은 이 사이트의 정체는 베트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홈페이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화의 오지에 세계로 향하는 작은 창문을 열기 위해 한국의 청년들과 현지 교사ㆍ학생들이 함께 땀을 흘려가며 만든 결과 물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촬영한 사진, 홈페이지를 만든 도구, 곳곳에 배어있는 그리움들. 지난해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원`으로 참가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남기고 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그곳에 남아 공명(共鳴)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아시아ㆍ동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ㆍ중남미 등 세계 각지의 정보화에서 소외된 27개국에 우리의 젊은이 206명이 발을 디뎠다. 그들의 열정적인 봉사활동에 대한 평가는 현지언론의 극찬이나 저명 인사들의 감사서한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봉사단원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전해준 한 대의 컴퓨터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마법의 도구이며 한 줄의 사용법은 마법의 주문이 될 것이다. 그들이 맛본 한 조각의 김치는 우리의 문화를 느끼고 이해하는 단초이며 이 모든 것을 전해주려 이국에서 날아온 젊은이들은 인류애의 살아있는 증거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물처럼 바람처럼 스며있는 정보화의 혜택을 무심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전화를 설치하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지역이 상존하고 있다. 국가간 정보격차는 결국 경제적 불균형 문제와 연결되어 세계경제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간 정보격차를 해결하려는 국내의 노력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실크로드에 비유해 `디지털로드`라고 이름 붙인다.
`디지털로드`는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위상을 강화하고 개도국내 인적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국내 IT산업의 해외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로드`는 경제 교역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의 전달통로이자 인류애가 흐르는 따듯한 길이다. 시야를 넓혀 국가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선도적인 도전자들은 `디지털로드의 개척자`들로 기억될 것이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