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TV,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들을 외부에서도 원격조정할 수 있고, 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집안에서 들을 수 있고, 병원에서는 미국과 서울을 잇는 원격 화상수술도 이뤄지는 등의 이른바 `디지털 시대`가 일상생활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는 실생활 뿐 아니라 문화형태도 바꿀 전망이다.
그 실험무대가 열린다. 김명숙 늘휘무용단(예술감독 김명숙 이화여대 무용과교수)과 한국첨단망협회(Advanced Network ForumㆍANFㆍ회장 김대영 충남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기획해 무대에 올리는 `사이버 리얼(Cyber-Real)`공연이 그것. `차세대 인터넷으로 만나는 김명숙의 한국춤-육법공양 헌무의식과 소천(素泉)`이라는 타이틀로 9월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려진다.
이 공연은 세계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정보기술(IT)이 춤과 음악을 만나 공간을 초월한 실험 첫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산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영상과 함께 차세대 인터넷망을 통해 서울의 공연장에 전송되면 무용수들이 이에 맞춰 춤을 추고, 동시에 서울에서 추는 춤이 부산으로 전송되며, 부산에서는 또 거기에 맞춰 음악을 연주한다. 이 무대는 또한 미국 뉴욕과 일본 동경, 프랑스 파리 주요 연구소에 실시간으로 연결돼 일부 관계자들이 함께 즐기게 된다. 외국의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또한 녹화해서 인터넷망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동영상을 띄울 예정이다.
이 같은 `사이버 리얼`공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진 양쪽에 정보가 지연없이 동시에 전달돼야 하는데, 0.5초 정도의 지연현상이 발생하는 현재의 인터넷 망으로는 불가능하다. 속칭 `인터넷 2`로 불리는 차세대인터넷망은 거의 동시 수준인 0.1초 이하의 전송속도와 고화질 TV수준의 화질이 특징이다.
김명숙씨는 “이번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한국무용의 해외공연이 녹음된 음악을 써 생생함이 떨어졌던 단점을 카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무용수들이 뉴욕무대에 서고 그 반대로 미국 유명 뮤지션들의 현지 연주를 서울 무대서 만날 수 있다. 이같이 이번 공연은 일회성의 특성을 지닌 무용예술의 새로운 방법론 적 제시와 문화예술 관람형태를 바꿀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 공연은 첨단 정보기술의 활용에 걸맞게 연극, 음악, 미술, 디자인 등 각 부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예인들이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시낭송을 하고, 인간문화재 이매방씨가 장구를, 원장현씨가 대금을 연주한다. 또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이화여대 명예교수)씨가 음악을 작곡하고, 실제 무대에서 연주도 할 예정이다. 또 움직이는 조각으로 유명한 유영교씨가 무대 소품을, 김정희(경원대 의상학과 교수)씨가 의상을 각각 맡았다. 동래고무 보유자인 김온경(신라대교수)씨와 거문고 연주자 지애리, 소프라노 윤인숙씨 등도 출연한다.
공연은 1부 `육법공양 헌무의식`과 2부 김명숙의 `살풀이춤``동래학춤`창작 `산조춤 소천` 으로 총공연시간은 1시간10분이다. `사이버 리얼`공연은 `동래학춤`에서로 15분간이다. 부산대에서 동래학춤 구음보유자 유금선 외 동래학춤 보존회 악사단이 연주를 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