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010 금융이슈 빅4] <3> 내우외환 시달린 금융지주들


지배구조 시끌
KB금융 회장 선임 관치 부각에
신한은 3인방 내분 사태로 타격 메가뱅크 흔들
우리금융 민영화 장기 표류 우려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산넘어 산
금융계는 올 한 해 내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다. 내부적으로는 곪아 있던 지배구조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노출됐다. 외부적으로는 '메가뱅크 논란' 속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금융계 전체를 술렁이게 했지만 결국 불발로 끝났다. 그나마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지만 자금조달 문제와 노조의 반대를 깔끔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끊이지 않았던 지배구조 잡음=금융계의 'CEO 리스크' 문제는 지난 7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관치' 논란 속에 취임하면서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손실과 관련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려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그해 12월 회장 내정자로 선출됐지만 금융당국은 초강도 종합검사를 강행해 강 내정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강 내정자는 한 달도 안 돼 낙마했다. 이후 7개월 간 공석이었던 KB금융지주 회장에 어윤대 전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낙점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자격시비와 관치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은행 내부출신인 민병덕 행장이 취임하면서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금융권의 해묵은 과제인 관치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CEO 리스크의 정점은 9월 신한금융지주가 찍었다. 국내 금융권 중에서 지배구조 모범사례로 꼽혔던 신한금융지주가 경영진 간 내분사태로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백순 행장이 수장인 신한은행은 현직 지주 사장인 신상훈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전격 고소했다. 재일동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신 사장을 해임했지만 신 사장 측이 반발하면서 '신한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 와중에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까지 불거졌다. 결국 은행권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린 라 회장은 50여년간의 금융인생을 불명예 퇴진으로 마감했고 신 사장과 이 행장도 물러났다. 신한금융지주는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 '빅3'의 대립구도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조직의 치부까지 속속들이 드러내며 대외 이미지 역시 크게 하락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계의 해묵은 문제였던 관치와 파벌 문제가 KB금융ㆍ신한사태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 하는 계기가 된다면 지배구조 선진화에 밑거름이 되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뱅크 진앙지 우리금융 민영화 원점으로=올해 '메가뱅크 필요성 논란'을 일으키며 금융권 최대 이슈로 등장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7월 말 민영화 계획을 수립해 5개월 동안 진행했지만 결국 예비입찰도 하지 못한 채 매각 계획을 접어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당초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우리금융을 포기하면서 경쟁 구도가 깨졌다. 또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고 불참을 선언하자 유효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주식시장에 블록세일하거나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매각할 경우 가격이 낮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에 맞지 않고 수의계약은 특혜시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상 유일한 인수후보인 우리금융컨소시엄은 정부 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버리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최근 "현실적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지분을 사들일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가 대안"이라며 "정부가 민영화 3대 원칙 중 조기 민영화와 금융산업 발전에 가중치를 두고 프리미엄은 양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자체 조달자금을 제외한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사모펀드에 대한 대내외 반발이 워낙 큰 상황이어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주목된다. 노조의 반대를 극복하고 두 은행 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것도 과제다. 하나금융지주가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직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임금조정 등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외화위기 때 은행들이 활발한 인수합병(M&A)을 벌였지만 지금은 당시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며 "정부 당국이 좌지우지하는 딜이 아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 이해가 맞을 때까지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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