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건설에 나선 국내 건설업체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는 무엇보다 금융조달 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해외건설 인력 수요에 대한 조사에서도 금융조달 분야의 인력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자금조달 능력은 이제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이란 남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사업의 경우 총 25단계(200억~250억 달러)중 20단계가 건설업체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시공될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건설업체의 금융조달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자체의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며“하지만 해외건설의 경우 대부분 공사대금이 천문학적 수준이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선진국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수출입은행을 통해 연불수출금융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지원을 받아 잇따라 굵직굵직한 대형 공사를 따내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현대건설, LG건설 등 국내기업이 독식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사업의 경우도 일부는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하반기 주요 업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올해까지 수출입은행을 통해 승인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총 20억8,300만 달러로 연 평균 3억4,7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연불수출금융은 26억9,000만 달러로 연 평균 4억4,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LG건설 윤성근 상무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입찰할 때 수출입은행의 대출 의향 등 자금지원 여부가 수주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여신한도 내에서 대출 및 보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더 많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쟁 상대인 중국은 OECD 비 회원국으로 여신한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에 입찰할 경우 낮은 금리와 15년 이상 장기대출 조건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에 나선 건설업체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확대가 필요하다. 상업차관보다 금리 수준 등 조건이 우수한 개발원조 차관을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진국에 활용할 경우 상당한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반 시중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자금조달의 다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선진국의 경우 일반 상업은행도 해외진출 업체에 대한 직접 대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 대출 및 개도국 지원에 따른 투자위험이 높아 국내 일반 상업은행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결국 자금 지원을 늘리려면 국내 일반은행도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성을 높이고 위험도는 낮추는 투자관리 능력을 배가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내 건설업체가 금융조달이 필요할 경우 수출입은행이 금융 주간사를 맡고 외국 수출신용기관(ECA) 및 국제상업은행 등과 업무 제휴를 통해 일괄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 LG건설 국제금융팀의 고석준 차장은 “EDCF의 확대와 함께 다양한 자금조달 및 공사 지원을 위한 체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