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9일] 'G20'과 국격에 걸맞는 문화행사

지난 1970년 경제 성장의 절정기를 누리던 일본은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통해 자신들의 성공을 세계에 과시했다. 당시 일본은 경제역량 외에도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채색목판화인 '우끼요에(浮世畵)'는 일본 전통문화의 대표 아이콘이자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명품의 이미지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게 됐다.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도 '국격(國格)'에 걸맞은 문화역량의 강조가 필요한 이유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15일까지 열리고 있는 '고려불화대전'을 보고 나면 국격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생각, 위대한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긴다. 고려불화는 발달한 고려 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교한 표현과 우아한 색감 등은 서양의 르네상스 회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14세기 전후로 제작된 고려불화가 전쟁과 불교탄압을 거치며 겨우 160점 정도만 현존하는데다 그마저도 일본 등 국외에 흩어져 있어 국내에는 채 20점도 남아 있지 않다. 작품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고려청자에 찬탄해도 고려불화를 자랑하는 사람은 적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으로 인해 700년 만에 고국을 밟은 작품들이 반갑고 전시가 더욱 소중하다. 하지만 대외 과시에 앞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우선해야 한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리스ㆍ이집트ㆍ잉카 등 세계문명대전을 기획했고 수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바 있다. 해외 문물에 대한 관심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고려불화 전시에 과연 얼마만큼의 관람객 기록이 세워질지 신경이 쓰인다. 'G20 정상회의'를 기념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ㆍ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 관련 공공기관들도 다양한 문화 전시 행사를 마련했다. 이들 행사가 과연 가장 전통적인 우리 문화의 '원천'을 자랑하는 것일지, 국격에 걸맞은 전시일지 걱정스럽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G20 세계 정상들에게 일본의 우끼요에처럼 한국의 문화유산과 저력을 각인시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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