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금융CEO를 키우자] (중) 단기업적 치중하는 은행경영

내실보다 보여주기식 영업 되풀이<br>행장 교체될때마다 전략변경등 악순환<br>실적위해 무리한 영업으로 부실 초래도<br>"부행장은 파리목숨이 아니라 하루살이"


하나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윤병철 한국FP협회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단임을 하면 자기 재임을 위해 조직에 손실이 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고 국내 은행장의 단임 풍토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장기전략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금융 CEO의 장기근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 CEO의 재임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제조업의 CEO 임기와 비교하면 금융 CEO의 임기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금융 부문 전체 CEO 가운데 연간 교체율은 21.8%. 매년 다섯 곳의 금융기관 가운데 한 곳에서 CEO가 바뀌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CEO를 자주 바꿀 경우 기업의 성과가 악화한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이 국내 상장사를 기준으로 CEO재임기간과 경영성과를 조사한 결과 재임기간이 1년이 안된 기업의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6.0%, 10년 미만인 곳은 4.5%, 20년 미만은 3.9%, 20년 이상인 곳은 6.4%로 경영권의 안정과 실적의 안정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은행의 CEO는 지나칠 정도로 자주 교체된다. 따라서 평균 재임기간이 짧다. 옛 국민ㆍ주택ㆍ한일ㆍ상업ㆍ하나 등 5개 은행의 역대 행장의 평균 임기는 3.26년. 은행별로는 옛 주택은행이 35년 동안 14명의 CEO가 교체돼 평균 임기가 2.5년으로 가장 짧았다. 국민ㆍ한일ㆍ상업은행도 각각 2.5년, 2.6년, 2.75년으로 3년을 못 채웠다. 하나은행만 17년 동안 3명의 행장이 바뀌어 평균 5.66년으로 가장 장수했다. 은행 CEO의 단임은 제조업에 비해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한다. 은행은 수백조원의 고객 돈을 평생동안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수익을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은행 CEO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은행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은행 부행장 출신의 한 저축은행 대표는 “은행도 충당금 등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해야 하는데 단임 행장이 순익 부풀리기에 바빠 몽땅 이익으로 반영하려고 한다”며 “내실보다는 실적을 앞세우면서 무리한 영업을 독려하다가 결국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임자가 다 훑고 나면 다음 행장은 설거지만 하게 된다”며 “CEO가 바뀔 때마다 모든 걸 다 뒤집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은행장 단임은 100년의 은행 역사를 관통하는 관치금융의 유산이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80년대 이후 정부가 은행을 민영화했지만 은행장이나 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또 다시 많은 은행이 정부의 소유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90년대 은행 지배구조 개선을 단행하지 못하고 간섭을 계속하면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감독당국도 은행장 단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005년 5월 한 강연회에서 “금융회사 CEO가 경영철학을 실현할 충분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작금의 추세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은행장 단임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은행장뿐만 아니라 부행장 임기가 1년, 2년인 것도 문제다. 부행장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면서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행장간의 알력도 심해지고 자기 분야의 목표치를 상향 달성하기 위해 무리해서 일하다가 다른 부행장과의 충돌도 잦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부행장은 파리도 아니고 하루살이 목숨”이라며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부행장간의 과도한 경쟁이 부서간 반목과 갈등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올해 몇 명의 행장이 교체되면 수십명의 부행장도 따라서 옷을 벗게 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업무보다는 옮길 곳을 찾는 부행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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