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평택항에 이어 인천항까지 폐쇄적인 항만의 인력공급 체제인 ‘클로즈드숍(closed shop)’을 타파하고 항만인력 상용화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물류허브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항운노조가 부두운영 하역회사에 인력을 독점 공급한 이 체제는 항만운영의 현대화를 막는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난제였던 이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편한 것은 참여정부의 업적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노조가 100여년 간 독점한 인력공급 체제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역을 인력에 의존하던 과거에는 하역사업자의 작업량이 계절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 근로자 고용을 기피했다. 대신 노조가 작업량에 따라 인력공급을 조절했다. 이 같은 체제는 한때 항만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한 공도 있으나 무역 활성화로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노조의 채용비리 등 각종 부작용이 줄을 이어 개혁 대상으로 떠올랐다.
원활한 물류가 국가경쟁력 중 하나가 된 시대에 비리로 얼룩지고 항만시설 및 인력운영의 현대화를 막은 이 같은 관행이 개혁된 것은 당연하다. 독점적 기득권을 내놓게 된 노조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비리와 항만을 고부가가치 창출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국민의 공감대 앞에는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새로 도입된 부두운영자의 근로자 상시고용체제를 정착시키고 전항구로 확대하는 일만 남았다.
현재의 근로자를 전부 채용하고 자연감소를 통한 점진적 개편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새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의 경우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해 노조가 장기파업을 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앞으로 노사정이 이번 개편작업에서 보여준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하이항 등이 시설확장 및 현대화에 나서 동북아 물류허브 경쟁이 치열하다. 노사정이 힘을 모아 이번 인력공급 체제 개편을 바탕으로 시설의 기계화와 하역ㆍ선적 서비스 향상, 선박 체류시간 단축 등을 통한 항만의 국제경쟁력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 그럴 때 외국 선사와 물류기업 유치도 가능해져 동북아 물류허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