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서 오라"…망망대해만이 손짓하네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 <br>수평선 저멀리 나뭇잎 같이 납작 달라붙은 섬 <br>자리덕 선착장 계단오르니 거대한 초원 ‘장관'<br>벼랑 끝에 핀 노란 ‘백년초’ 남국의 정취 물씬




"어서 오라"…망망대해만이 손짓하네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 수평선 저멀리 나뭇잎 같이 납작 달라붙은 섬 자리덕 선착장 계단오르니 거대한 초원 ‘장관'벼랑 끝에 핀 노란 ‘백년초’ 남국의 정취 물씬 마라도=글ㆍ사진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백년에 한 번 꽃이 핀다는 선인장 ‘백년초’가 푸른바다의 오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남국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관련기사 • 마라도, 1883년 이전 인적없던 禁島 • [여행 메모]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 마라도를 향하는 이들은 마음 속에 하나의 거대한 무게를 지니고 떠난다. 바닥, 한계, 극한, 절망, 벽…. 사실 땅끝이라는 단어는 다른 그 어떤 상상도 허락하지 않는다. 북위 33도 6분 33초. 제주 바다 위에 떠있는 국토 최남단 섬. 남쪽으로 더 이상 발 디딜 땅 한쪽을 남겨 두지 않은 극점. 국토 남쪽 끝이라는 절대 명제 하나만으로도 마라도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마라도에 간다고 하니 다들 한마디씩 했다. 남쪽 끝이라는 딱지 외엔 별 것 없다며 고개를 젓는 이들과 한번쯤 꼭 가볼만한 곳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두 가지 부류였다. 정작 마라도에 도착하니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랐다. 최남단이라는 꼬리표에 붙어 있던 숱한 상상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몰려오는 배신감과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전해주는 은은한 감동 때문이다. 마라도를 보고 고개를 젓는다면 극한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던 게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면 상상의 폭이 너무 짧았던 탓이다. 마라도는 상상을 넘어서는 섬이다. 제주도 남서쪽 송악산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30여분을 항해하자 수평선 위에 마치 나뭇잎 같이 납작 달라붙어 있는 섬이 눈에 들어온다. 뱃머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내며 환호성을 내지른다. 자리덕 선착장에 내려 10여m 높이의 계단을 오르니 거대한 초원이 펼쳐진다. 봉우리와 기암 괴석이 가득찬 섬에 대한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둘레 4.2㎞, 여의도 10분의 1 크기도 안 되는 마라도는 초원 운동장을 거대한 기암 절벽이 바다 위에서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데는 채 40분도 안 걸린다. 느린 어린아이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섬 구석구석을 자세히 훑어볼 수 있다. 선착장 계단 정상에 올라서면 길은 두 갈래. 왼쪽은 곧바로 너른 초원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횟집과 음식점을 지나 마라도 분교와 자그마한 축구장이다. 어느 쪽을 택해도 결국은 제자리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오른쪽 길을 골랐다. 젊은 커플들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바람처럼 포장도로 길을 내달린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엔 모든 게 각별하다. 현무암 돌담으로 낮게 둘러 쌓인 마라분교는 우리나라 최남단 학교요, 오가는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기원정사는 최남단 사찰, 이곳 파출소는 최남단 파출소다. 마라도의 명소로 자리잡은 두곳의 자장면집도 말하자면 최남단 중국집인 셈이다. 초콜릿 박물관을 지나면 국토 최남단비가 반긴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대느라 차례를 지키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 앞엔 기암 괴석 모양의 장군바위가 있다. 마라도 사람들이 수호신으로 믿는다고 한다. 최남단비 오른쪽으론 하얀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시퍼런 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초원 끝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는 지중해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고 있다. 등대로 이어진 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벼랑 끝에는 백년에 한 번 꽃이 핀다는 선인장 ‘백년초’가 바위틈에 자리잡았다. 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루는 노란 백년초가 남국의 향기를 전한다. 등대를 넘어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넓은 초원이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느린 걸음으로 초원을 산보하면 짧은 마라도 일주는 마침표를 찍는다. 자전거로 휙 돌아보면 10분도 안될 거리인 마라도는 미니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사진 몇 장 찍으려고 바람 꼬리를 잡듯 재촉하면 진짜 체취를 놓칠 수 있다. 은은한 정취를 느끼려면 안단테에 메트로놈을 맞춰놓아야 한다. 하긴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다 하룻밤 더 묵어야 한데도 뭔 대순가. 국토 최남단인데. 입력시간 : 2005/07/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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