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내수 부진이나 이라크전쟁ㆍ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자동차ㆍ포스코 등이 주력 업체들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다 삼성전자 등 전자 업종도 `올 하반기 호전`을 장담하고 있어 `실물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려면 올 연말께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상최대 실적 잇달아= 우선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그룹 3인방의 실적 호전이 눈에 띈다. 현대차의 경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순이익은 9,855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구태환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도 “유럽ㆍ미국 시장에서 고수익 차종의 판매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하반기에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 올 사상 처음으로 경상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도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지난 7월에도 매출이 전월 대비 4.7%, 영업이익은 17.5% 늘어나는 등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 대우종합기계, 대우해양조선 등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가 바닥` 대세로=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분기에는 사스 여파,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며 “3분기 이후에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추진,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품목인 DDRㆍSD램ㆍ플래시메모리의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강세를 보이고 휴대폰 경기가 살아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1조1,600억원)보다 20~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2분기 연속 적자였던 삼성전기도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하이닉스반도체도 계절적인 수요 증가와 D램 값의 강세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에는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수탁생산) 반도체 회사인 동부아남반도체 역시 주문 물량이 폭증하면서 일부 공장은 가동률이 100%를 넘어서는 등 올해 매출액이 당초 목표액(3,632억원)을 웃도는 4,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도 영업이익이 7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배나 늘어난 데 이어 올 2분기 이후 컨테이너 운임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이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
◇`아랫목에서 윗목으로`가 관건= 하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소비 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대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늘리지 않음에 따라 중소 기업들은 여전히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부채를 지난해말 10조1,300억원에서 7조7,800억원(6월말 현재)으로 무려 2조3,500억원이나 줄였다. 현대차도 부채비율을 지난해말 31.3%에서 6월말 현재 27.0%로 줄였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부채 상환에 사용했다는 얘기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지금은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바닥을 찍은 상태지만 수출 위주의 `외끌이` 장세”라며 “미국ㆍ일본 등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내수가 살아나야 올 연말 이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