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4%로 명시한 25일,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프라이즈’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론을 나타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도 민간소비와 수출의 ‘쌍끌이 호조세’를 근거로 ‘U자형’의 상승곡선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GDP 지표로만 보면 경제 전반에 긍정적 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GDP의 내용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경계론에 좀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양극화의 골을 메우지 못한 채 아랫목의 냉기는 여전하다. 때문에 실물ㆍ체감경기의 간극(間隙)도 좁혀질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건설경기가 걱정이고 대외 부문의 불안요인도 오히려 잿빛 색깔을 더하는 분위기다. 오랜만에 더블딥(일시 상승 후 재하강)의 우려를 떨쳐내고 있지만 U자형의 드라마틱한 회복보다는 ‘가늘고 긴’ 회복국면이 될 것이라는, 조금은 차가운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연간 성장률 3.8% 웃돌듯=한은은 지난 7월 하반기 경기전망치를 내놓으면서 3ㆍ4분기 성장률을 전년 동기 대비 4.0%, 전분기 대비 1.4% 정도로 내다봤다. 최근 재경부에서 하반기 성장률이 4% 중반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지만 이는 4ㆍ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이었다. 뚜껑을 연 결과 나타난 성장률은 기대를 그만큼 웃돈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8%로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연율로 환산하면 7.2%에 이르는 수치다. 1ㆍ4분기 0.4%에서 2ㆍ4분기 1.2%로 높아진 데 이어 3ㆍ4분기에 1.8%로 올라감에 따라 경기가 저점을 지나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섣부른 분석마저 나온다. 회복세는 4ㆍ4분기에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4ㆍ4분기 성장률이 4% 중후반대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가 불거져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당초 3ㆍ4분기 4.0%, 4ㆍ4분기 5.0% 등으로 하반기에 4.5%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그러나 현 속도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한은이 당초 추정했던 3.8%를 넘어설 확률이 농후하다. ◇경기회복의 마지막 독(毒)은 건설=3ㆍ4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단연 민간소비였다. 전년 동기 대비 4.0%의 증가율은 11분기 만에 최고치. 민간소비의 성장기여율도 46.2%로 전분기(41.9%)보다 훨씬 높아졌다. 수출이 외끌이해온 성장추세가 수출과 소비의 쌍끌이 형태로 전환된 셈이다. 전문가들도 소비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근거는 고용이다. 취업자 수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월 42만~46만명선을 유지했다. 추석 요인 때문에 9월 23만9,000명으로 곤두박질쳤지만 10월부터는 정상 패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개선→소득증가→소비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그림을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분석이 과도하게 앞서간 것이란 해석도 만만찮다. 소비가 양극화의 골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탓이다. 김병화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대형 TV 등이 많이 나가는 것을 보면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표와 실물간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근원적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보다 큰 원인은 건설경기다. 3ㆍ4분기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지만 건설투자는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도 1.6%로 전분기의 9.7%에 비해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는 민간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의 내수 전체 성장기여율이 69.7%로 전분기(80.3%)보다 뚝 떨어진 이유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4일 간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건설경기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을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