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역경제 숨은주역] 영도산업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영도산업 건물 2층 한 켠에서 고희(古稀)를 넘은 할아버지가 스프링 분리작업에 한창이다. 같은 생산라인에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며 제품을 검사하고 가공조립에 열심이다. 이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아주머니들과 생산라인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사무실로 가서 직원들이 올리는 결제서류를 검토한다. 가스용 밸브를 생산하는 영도산업 박정무 사장(72)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위에서 `이제는 쉴 때가 되었다`고 얘기하지만 박 사장은 생산라인에서 작업하며 땀 흘리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잘라 말한다. 박 사장은 지난 61년 부흥부(현 재정경제부) 재직시 대한석유공사 창설 요원으로 참여했으며 원유관련 투자, 차관, 운송 등의 실무를 담당했다. 가스 외자도입에 성공하고 국내 고압가스 관련법규를 제정하는 등 가스산업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영도산업이 세계 4위의 가스용 밸브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박 사장의 폭 넓은 해외인맥과 전문지식, 합리적인 경영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영도산업은 100여종의 가스용 밸브를 생산해 60% 가량을 미국시장에 수출한다. 이중 과충전 방지 버너점화용 밸브는 미국특허를 획득해 지난해 4월부터 수출에 들어갔다. 올해만 86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고 미국 최대 실린더 회사인 M사가 수시로 부산 영도공장을 찾아와 추가 오더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품은 미국업체 3~4개사만 만들고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산소호흡기용 밸브도 생산해 미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점유율이 50%를 웃돈다. 수출시작 후 4년간 모두 1,5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으며 병원과 노인수용시설에 가면 영도산업이 개발한 밸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너점화용과 산소호흡기용 밸브는 국내시장에는 공급되지 않고 전량 미국에 수출되는 아이템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모두 고유브랜드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에서 영도산업의 아이템별 시장점유율은 기록적이다. 친환경 소화기용 밸브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 회사만 생산해 원자력발전소와 기간산업 공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산업용 고압가스밸브 분야에서도 9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스킨스쿠버 공기호흡기용 밸브는 이전에는 전량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영도산업이 국산화에 나서면서 수입대체가 이루어져 내수시장 점유율이 100%에 이른다. 이 회사 기술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LPG 자동차용 밸브를 생산해 EF소나타, 르노삼성, 옵티마 등의 택시에 공급하고 있고, 르노삼성의 경우 100% 영도산업 제품이 장착되어 있다. 이 제품은 가스충전이 80~85% 가량 이루어지면 밸브가 자동 작동해 추가 투입을 억제시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이전 미국에서 전량 수입했던 천연가스 버스용 밸브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오는 7월부터 현대차가 생산하는 천연가스 버스에 적용하게 된다. 박 사장은 “지난해 1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미국과 함께 유럽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200억원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중 60% 가량을 해외시장에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들어 4월까지 335만달러의 수출을 포함해 64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상태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박 사장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생산라인으로 돌아가 스프링분리 작업을 계속했다. [인터뷰] 영도산업 박정무 사장 "투명경영통한 노사화합 큰 힘" “창사 이후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을 정도로 노사화합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오픈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고, 중고생 자녀를 둔 사원들에게 자녀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박 사장은 영도산업이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해외시장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직원복지와 투명경영으로 노사간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20년차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으며 오랫동안 회사발전에 기여한 직원들에게는 대리점을 열어주어 회사와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사장은 자동화와 첨단 생산설비 도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경영철학인 `Speed(속도), Quality(품질), Customer Focus(고객중심)` 를 실천하기 위해 대당 6억~10억원 규모의 컴퓨터 구동 가동설비와 표면처리장비 등을 도입해 품질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모든 제품을 전수 검사해 불량률을 줄이고 있고 앞으로 세계 1위의 가스용 밸브업체로 부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 불우이웃돕기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부산수출대상 우수상으로 받은 포상금을 전액 성금으로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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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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