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지시 의혹을 사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귀국 의사를 검찰에 전해옴에 따라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신병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구체적인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는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추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는 등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 회장 부자가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집행한 사실이 확인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가, 글로비스 등 편법 인수합병(M&A)를 통한 경영권 승계 사실이 드러나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씨 부자의 비리 혐의가 어디까지 드러났는지 불투명해 사법처리 수위등을 예단할 수 없으나 다만 검찰 수사팀의 발언 등을 근거로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한 상태다.
이런 관점에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의 7일 브리핑 발언이 주목된다.
채 기획관은 "재벌이 연루됐다고 해도 사건은 다 다르다. 이 사건은 이것대로의미가 있다. 그래서 전례가 어떠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이 사건에 가장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성 전 회장 등 총수일가 7남매 가운데 4명을 불구속 기소했던 지난해 두산비자금 사건 수사 때 검찰이 형제가 연루되면 모두 구속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런 기조가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보통 가족이 범죄에 연루됐을 때 동시에 구속하지 않았던 전례와 무관하게 이번에는 순수하게 입증된 범죄 혐의를 바탕으로 기소방법 등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산 사건의 경우 비자금 관리를 맡았던 박용성 전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한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으나 정회장은 이렇다 할 국제기구 등 직함이 없다는 점도 불리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수차례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벌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사회 전반에 `기업비리'는 엄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정회장 부자에겐 부담스런 부분이다.
그러나 검찰로선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의 총수 부자를 한꺼번에 구속했을때 생길 파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이라든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법적 잣대만 들이대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측에서 거액의 기금을 헌납하거나 대대적인 사회공헌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있어 이런 소문이 현실화된다면 그것도 정 회장 부자의 신병처리 수위에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