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작가’로 알려진 한국화의 거목 소정 변관식 화백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미술관에서 특별전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열다’를 개최한다. 변관식은 조선후기 겸재 정선의 실경 산수를 근대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청전 이상범과 더불어 근대 한국화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화가다. 50년대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동안 국전의 비리를 지적하고 야인의 길을 택했던 일화는 우리 미술계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전시에는 ‘전가춘색’ ‘설경’ ‘낙동강의 만추’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 15점과 피난시절 제작했던 도기화 4점을 포함, 총 80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 밖에도 스케치 15점과 그의 전각 60점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화가로 입문했던 시절에 그렸던 풍속화 ‘서화풍경’, 대한도자에서 일할 당시 그렸던 도자기 그림 등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혜경 학예연구사는 “99년 호암 미술관에서 40여점의 작품으로 기획했던 ‘변관식과 금강산’전 이후 회고전으로는 유례없는 대형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소정 변관식은 금강산을 잘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적 이상향에 대한 꿈을 완성한 작가’로서의 소정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구성은 변관식이 예술의 세계로 길을 떠나 이상향에 도달하는 과정을 밟아 ▦‘길 떠나기’ ▦‘길을 묻다’ ▦‘무릉도원을 보다’ 등 세 부문으로 구분했다. 특히 ‘무릉도원을 보다’에서는 소정이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유랑한 우리 강산을 투영, 재 창조해 낸 이상향을 금강산과 도화경과 시골의 일상인 전가(田家)풍경에서 엿볼 수 있도록 했다. 황포노인을 따라 금강산 봉우리와 계곡에 서린 운치를 맛보고, 평범한 들길을 걸으며 만나는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풍경을 감상하며 소정이 그렸던 이상향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17일부터 5월7일까지. 1,000원~3,000원 (02)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