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근로소득세 경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조기 재정집행, 금리인하를 실시했지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 경감을 통해 지난 연말이후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민간소비를 자극하여 성장률을 제고시키겠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세 경감을 통한 소비진작은 경기부양에 간접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를 갖는다. 근로소득세 경감이 직접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소비-저축결정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갖는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비되는 부분은 근로소득세 감세규모에 비해 적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미국과 같이 저축률이 낮은 나라에서는 소득증가의 많은 부분이 소비증가로 이어지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상당부분이 저축으로 빠져나가 소비증가 효과는 크지 않게 된다.
소비증가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원인은 소비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과거의 높은 소비증가에 따른 후유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은 지정학적 위험증대와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기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감세로 인한 소비증가 효과는 낮을 것이다.
지난해 GDP증가율을 상회한 소비증가 후유증 또한 감세효과에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6.8%로 실질 GDP증가율 6.3%를 상회하여 민간의 소비성향이 일시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높아진 소비성향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감세로 인한 소득증가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GDP증가율을 상회하는 소비증가가 2002년 3ㆍ4분기까지 지속된 점을 고려할 때 올 4ㆍ4분기까지는 소득증가율에 비해 소비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근로소득세 경감조치는 실질적으로 내년의 소득증대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올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근로소득세의 경감은 경기부양효과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배양에 기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제 발전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한 세제 발전방향에 부합하려면 근로소득세의 과세기반을 확대하면서 세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근로소득공제의 확대는 성장잠재력 확충보다는 경기부양 측면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공제의 확대는 면세자를 늘리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미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전체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세에도 불구하고 소득증가에 따라 한계세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누진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는 많은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는 중간소득이상 계층에 대한 근로유인 제공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최근 연봉제의 확산과 함께 접대비, 기밀비 등 영업활동비가 연봉에 포함됨에 따라 중상위층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해 왔다. 반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은 물가상승과 근로자의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조정되지 않았다. 소득증가와 과세표준 구간의 유지, 소득세의 누진구조로 근로자가 피부로 느끼는 세부담은 빠르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경기부양과 성장잠재력 배양은 근로소득공제의 확대보다는 소득세 누진구조의 완화와 각종 특별공제제도의 확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소득공제의 조정을 통해 현재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는 세원을 확대시켜 장기적으로 낮은 세율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ㆍ상위 소득 근로자의 실질적인 소득세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소득세 누진구조의 완화와 과세표준 구간조정이 필요하다. 필요경비가 연봉에 포함되는 최근 추세에서 누진구조의 완화는 과도한 세부담 증가를 방지하여 중ㆍ상위소득 근로자의 근로유인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전병목(한국조세연구원 초청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