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노동운동이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우려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동운동의 비뚤어진 단면을 지적한 것이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친노정책을 폈던 노 대통령이 오죽 했으면 이 같은 말을 했을 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노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줄지어 벌어지고 있는 파업 등을 보면 이러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노사분규를 보면 노사협상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업이 앞서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파업을 전제로 협상을 하고,그나마 협상도 사측보다는 정부와 협상하려는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노조운동이 정치성을 띠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세 경쟁을 하면서 노조의 강성과 정치성은 날로 짙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중단되지 않으면 참여정부 임기 말까지 원수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 말이 갖는 섬찍함을 떠나서라도 은행이란 한 단위노조문제로 어떻게 정부와 원수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는 국민이 세운 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밖에 볼 수 없고,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노사분규나 임단협 때가 되면 삭발을 하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는 것이 유행이다. 노조가 권익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결의를 다지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격렬한 구호나 살벌한 모습만은 바꿀 때가 됐다. 경영자나 정부관계자를 마치 적으로 여기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될 수 없고, 외국인투자도 유치하기 어렵다.
정부도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노조도,노동운동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20일자 조간신문에는 정부와 금융노련관계자가 1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밤샘 협상하는 사진이 실렸다. 노조관계자의 삭발한 모습도 머리의 붉은 띠도 보이지 않았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모처럼 대화분위기가 조성되고 무언가 타협이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기에 충분했다. 국민은 노조의 이러한 모습을 원한다.
국가경제는 어떻게 되던 정부를 `원수`로, 경영자를 `적`으로 여기고 삭발한 후 붉은 띠를 두르고 철탑 등에 올라가는 식의 투쟁이나 감정적인 대응을 청산하고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강성투쟁은 국민의 지지를 잃어 노조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파업명분이 적은데도 금융대란을 유도하기 위해 전산센터직원을 철수시키는 등 강성투쟁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조흥은행 사태는 좋은 교훈이 된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