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화약세 배경] 미.일 금리차에 경제비관론 겹쳐

연초 달러당 101엔까지 떨어지면서 「엔고」가 고착화될 것이란 예상이 불과 한달반 만에 110엔대를 돌파하면서 「엔저」기조로 돌아섰다.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올들어 7% 가량 하락한 셈이다.엔화는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9.38엔으로 장을 열었으나, 오전중 무디스사가 일본 정부 채권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급작스레 폭락, 오전중 5개월만에 110엔대의 벽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번 「무디스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가치 왜 떨어지나= 최근의 달러 강세, 엔화 약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와 성장률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 외환딜러들은 최근들어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해 금리가 높은 달러나 유로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금리차익를 노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97~98년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까지 하락했을 당시에도 이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었다. 게다가 이달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등이 잇달아 금리인상을 단행한 반면, 일본은 당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은 추세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일본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가 점차 낮아지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107개월째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와 달리, 일본이 10년간 이어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침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상반기까지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는 연이어 플러스 성장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뒷걸음질친데 이어, 4·4분기 성장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제기획청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후로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점차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 어디로 가나= 일본 입장에선 현재의 엔화 약세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5일 구로다 하루히코 대장성 차관은 경제 회복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엔화가치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엔화 강세에 힘입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대비 22.7%나 감소, 흑자폭은 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일본 경제가 구조적인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에서 『일본의 GDP대비 공공부채가 곧 선진국들중에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점때문에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사히 은행의 외환딜러인 나카네 시게루는 『그동안 묻혀 있었던 공공부채 문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가 이날 발표로 인해 다시 수면에 부상했다』며 파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으로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일본이 또다시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제기획청이 최근 발표한 12월중 가계소비 동향도 경기 회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제규모의 6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는 전년대비 4% 하락,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리들의 발언을 무색케 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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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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