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하고 웨이브를 넣은 머릿결 속에 하얗게 센 흰머리가 홈쇼핑 MD(Merchandiser)를 하면서 얻은 훈장 입니다.”
LG홈쇼핑의 이강아(35)과장의 흰머리 한 올 한 올은 그녀가 쌓아올린 실적의 누계이다. 할인점의 MD로 일하다가 2000년 8월 LG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가 맡은 분야는 주방용품.
이과장은 LG홈쇼핑에서 밀폐용기 ` 락엔락 `, 식기세트 , 양면 후라이팬 등으로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며 히트상품 제조기로 변신했다.
이들 3가지 상품은 단가가 10만원을 밑도는 낮은 단가에도 불구하고 분당 매출 1,000만원을 웃도는 기염을 토하며 콜센터의 전화통에 불을 질렀다.
이과장이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실적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처음 LG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주방용품 분야는 저조한 실적으로 ` 찬밥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품목으로 변신했다.
“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라서 상품 기획 단계부터 제조업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품을 구상한다” 는 그는 “ 이럴때 마다 해외시장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익힌 눈썰미가 톡톡이 한 몫을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과장이라고 실패의 쓴 맛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과장 역시 컨셉 설명이 어려운 제품을 판매하거나, 실제 모습 보다 화면에 보이는 색조가 신통치 않은 상품을 선택해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이 보다 더 큰 어려움은 ` 내가 잘못하면 제조 업체까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것. 그걸 모르는 납품 업체들은 일단 방송만 타면 상품이 팔려나갈 줄 알고 달려들어 이씨를 괴롭히기 일쑤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업무와 여덟살, 여섯살 난 남매를 함께 사랑하는 그녀는 아이들 때문에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 남편이 처가살이를 잘 견디느냐 ”고 묻자 이과장은 “ 우리 엄마가 살갑게 대해줘 잘 살고 있다 ”며 아줌마다운 순발력으로 질문의 핵심을 비껴 갔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