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시한 연장 거부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 정국이 급속히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민생ㆍ경제법안의 국회처리의 차질이 예상되며 국정혼란이 우려된다.
원내 과반의석 이상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국정운영 비협조는 당장 추가경정예산안,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등의 국회처리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안건의 처리 지연시 경기회복 시점을 놓치고 칠레 시장에서 한국 공산품 경쟁력 약화로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법안 처리도 늦어질 경우 20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법체류로 간주, 강제 추방할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송두환 특검의 보고를 받고 검토한 결과 대북송금 의혹사건은 거의 수사가 완결된 상태이며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이 새롭게 불거졌지만 대북송금과 150억원 의혹사건은 법률적, 정치적으로 별개사건이라고 판단했다”며 특검 연장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나라당 이에 대해 즉각 “국민을 짓밟는 반민주적, 독선적 결정”이라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다짐하고 나섰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 들어 단 하나의 업적이 특검제 실현인데 이마저 허물어뜨렸다”며 “이제 노 대통령은 독선과 독주, 반민주의 길로 들어섰다"며 초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어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특검법 제출을 통한 `특검계속` 방침을 정하고, 사안별 국무위원 해임안 제출ㆍ처리, 민생법안 이외 안건의 심의 거부 등 대여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날 예정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와 교육위 전체회의가 취소됐다. 법사위 소위에서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등을 심사할 계획이었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은 무엇보다 시급한 각종 주요법안 및 현안의 처리지연 문제를 낳을 전망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주요 법안의 처리 및 심의가 상당기간 늦춰지거나 검토조차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여 이는 국정운영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우선 정부가 위축되고 있는 경기부양을 위해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한 4조1,77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날 당정회의를 열어 추경예산안을 이달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를 적극 추진키로 했으나 한나라당의 강경 대정부 투쟁 선언으로 이는 사실상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올 경제성장률이 3%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악화되고 있는 국내 경기여건은 더욱 어려워질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한국철도공사법 등 주요 법안 및 동의안들의 국회처리도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집단소송법안은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외국 투자기관들의 커다란 관심, 외교적 문제와 맞물려 있어 처리지연에 따른 큰 파장이 우려된다.
정부와 야당간 대치국면은 어려운 국내경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남문현기자 moonhn@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