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한국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들이 한국 정부의 홍보맨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서울에서는 IMF때보다 경제가 더 어렵다고 난리인데, 뉴욕의 한국 경제 전문가들은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다.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이 터지고, SK 회계조작 사건과 북한 핵 문제로 시끄러울 때 도이체 에쎗 매니지먼트의 니콜라스 브랫 코리아펀드 사장은 “이젠 악재가 다 쏟아졌으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한국 전문 펀드매니저는 “한국 경제는 기초여건이 좋기 때문에 지금의 주가는 너무 싸다”며, “가난한 서민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10년만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주가는 상승, 연말에 800 포인트를 넘어 지수상 60%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한국 투자자는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월가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좋은데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월가 사람들은 미국 경제 회복이 가속화하고 중국 경제가 달아오르므로, 한국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믿고 있는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총선을 앞둔 정치 불안, 크레딧 카드채 문제를 더 걱정하고 있다. 모든 요소가 공존하고 있지만, 월가 투자자는 긍정적인 요소를 보는데 비해 한국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점유율이 40%를 넘어서고 외국인 손에 주식 거래량의 3분의 2가 움직이는 종속 상태에 있다. 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믿지 못하고, 조금만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팔아버릴 때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값싼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신뢰의 토대 위에 서 있다. 믿지 못하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만 탓할 수 없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역할이 정부의 비중보다 높아졌다. 한국사람들은 경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증권시장을 외국인에게 내주었고, 그러다보니 부동산을 믿는 경향이 생겼다. 국내에선 소비를 줄이고, 외국에 나가 돈을 펑펑 쓰고,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것도 신뢰성 부족에서 나왔다.
새해 들어 경제와 증시를 살리자는 구호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경제주체인 기업과 국민이 한국 경제를 신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