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R&D 예산이 선심성 보조금으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제품 개발을 완료한 뒤 자금청구가 이루어져 일반용도로 자금이 전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상용기술에 대한 허위 신청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R&D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면서 대기업과의 R&D 역량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수익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 R&D 지원예산은 해마다 늘어 지난 2005년 이미 10조원을 넘어선 반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2002년 3.94%를 고비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R&D 투자의 절대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적은 편이고 그나마 첨단 제조업과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R&D 예산은 꾸준히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나 예산증대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지원기관이 10개 중앙부처로 흩어져 있고 무려 5,200개나 되는 중소기업에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한다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성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이미 개발된 기술에 R&D 예산을 지원하는 편법도 활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R&D 예산을 늘리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제대로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장래성이 없는 한계기업에는 지원을 끊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 백화점식이 아니라 될성부른 나무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기술개발에서도 분야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