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파다하게 나돌던 `사삼서오(事三書五ㆍ사무관 승진 3,000만원, 서기관 승진 5,000만원)`라는 소문의 일단이 사실로 드러났다.
30일 이철규(63) 전북 임실군수의 구속으로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공직사회의 승진 뇌물액수 규모와 뇌물전달 경로 등이 낱낱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01년 4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 군수는 2002년 1월과 올 8월 실시한 인사를 앞두고 6급 직원 7명으로부터 승진청탁과 함께 2억1,500만원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이 군수와 군수 부인에게 3,000만원에서 3,500만원을 전달한 6명은 전원 사무관(5급)으로 승진했고 이번 사건의 진원지로 지난 17일 음독 자살한 노모(54) 계장만 승진에서 탈락했다.
승진순위 1순위였던 노 계장은 지난해 5월 1,000만원을 건넸다가 탈락하자 올해 4월 2,000만원을 추가로 군수 부인에게 전달했으나 `지각상납`과 `분할상납`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 군수측에 금품을 상납한 직원 7명 가운데 3명은 이 군수에게 직접 전달했고 3명은 이 군수의 오촌 조카, 나머지 1명은 군수 아내에게 상납하는 등 금품전달 통로가 다양하게 나타난 점도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특징이다.
일선 시ㆍ군의 계장인 6급 주사들이 거금을 주고 승진에 목을 매는 것은 사무관이 되면 당장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3년 연장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사무관 연봉 5,000여 만원과 퇴직금 5,000만원 인상으로 대략 2억원 정도 부가 수입이 자동적으로 생길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자녀들의 혼사 등 집안의 애경사가 많아 `현직 프리미엄`도 톡톡히 볼 수 있다.
50대 중반의 한 6급 공무원은 “사무관 자릿값이 3,000만원이면 언제라도 줄 수 있고 아깝지 않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승진한 송씨도 “집이 비가 샐 정도로 어려운 살림이지만 올해 승진을 하지 못하면 내년에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어 주변에서 3,000만원을 빌려 군수에게 주었다”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사무관 승진 대가가 3,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승진이 더 힘든 서기관은 5,000만원이라는 `사삼서오` 속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군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70%이상이 승진 대가를 받고 있다”며 “임실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각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