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18일] 공기업부채 대책 시급하다

지난 2009년 공기업부채는 212조7,000억원으로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175조 6,000억원이었던 2008년에 비해 1년 사이에 36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자본은 쥐꼬리만큼 늘어나 부채비율은 2008년의 132%에서 152%로 악화됐다. 반면 상장사의 부채비율는 전년보다 8%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95%였다. 민간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공기업은 그렇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부 대신 공기업이 빚진 셈 이명박 대통령은 2월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기업부채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이 정부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기업으로서의 역할만 담당한다면 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우리 공기업의 현저한 부채비율 증가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제위기하에서도 민간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는데 공기업은 1년 사이에 36조원 넘는 빚을 더 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공기업부채가 정부기능과 무관하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공기업부채는 인천항만(206%)과 부산항만(130%)에서 100% 이상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액수 면에서는 23조원이 늘어난 토지주택공사의 부채증가가 가장 컸다. 이 외에도 3조원 가까이 늘어난 한전의 부채도 주목된다. 부채증가 요인을 분석해보면 항만시설 건설, 세종시 및 송도신도시 기반조성, 도심 재개발 그리고 임대주택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정부 고유의 기능에 가까운 것으로 공기업이 순수한 기업의 입장에서 수행하기는 어려운 일들이었다. 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전기요금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해 빚을 더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규제했기 때문에 파생된 문제다. 요약하자면 정부기능을 무리하게 공기업에게 떠넘기다 보니 공기업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공기업부채의 상당 부분을 국가부채의 일부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을 따져보더라도 공기업부채 증가가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정부가 부채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스공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제3자 배정 신주를 발행하는 등 유상증자의 근거를 정관에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전도 1986년 자본금 3조원 수준이었는데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엄청난 자산증가에도 불구하고 증자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증자를 하거나 은행에서 빚을 얻거나 또는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공기업이 증자를 하자면 정부도 돈을 내야 한다. 정부가 증자하지 않고 다른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한다면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분이 줄어들게 된다. 돈은 없지만 주인 노릇은 해야 하니 이 방법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다면 민영화를 요금을 인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은행에서 돈을 꾸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결국 공기업부채 증가도 정부가 돈이 없어 생긴 문제이며 공공요금을 올려주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크게 보자면 정부 대신 공기업이 빚을 진 셈이다. 사실상 정부부채이거나 정부가 유도한 공기업부채를 정부 빚이 아니라는 국제기준을 내세우며 숨길 수는 없다.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다면 민영화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에도 공기업에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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