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을 보며

요즘 증시에서 ‘개미’(개인투자가)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이다. 지난달 25일 현대상선 주가는 오전10시경 노르웨이계인 골라LNG 계열의 제버란트레이딩이 ‘경영참가’ 목적으로 지분을 추가 인수했다는 소식에 거의 상한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날 오후 현대상선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장 막판에는 5.67%나 떨어졌다. 꼭지를 잡은 투자자는 불과 5시간 만에 20%의 손실을 본 것이다. 주가는 하지만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측이 제버란트레이팅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로 떠오르자 극적으로 반전됐다. 이날 5.7% 오른 데 이어 28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 향방만큼 지분매입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엇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우호지분 참여로 상생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다르지만 현재로서는 경영권 공격이라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본인이 싫다는데 아무리 ‘백기사’(우호세력)라고 우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보수적인 가풍으로 유명한 현대가의 정씨 일가로서는 현 상황이 못마땅할 것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피땀 흘려 키워놓은 그룹의 모태가 딴 성(姓)씨로 넘어갔으니 말이다. 더구나 현 회장의 장녀가 경영권 수업을 밟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안돼 현대가와 인연이 더 멀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반해 현 회장으로서는 시댁 식구들의 처사가 한없이 야속할 것이다. 2년 전 시숙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에 이어 이번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이 경영을 위협하고 있으니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이번 분쟁을 ‘시숙의 난’이나 ‘시동생의 난’으로 몰아가는 것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현대가도 이번 분쟁을 가업승계로만 접근할 경우 역풍이 불가피하다. 경영능력 검증이나 미래 비전 제시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현대상선이나 대북사업의 구심점인 현대아산 등이 정씨나 현씨 일가의 사유물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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