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6일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정책적 목적에 의해 중과됐던 사항들을 경제상황에 따라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침체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4년 전 만들어 놓은 참여정부의 ‘대못’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 발표일인 3월16일 양도분부터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는 지나친 친절까지 베풀었다. 당장 주택거래 활성화가 시급하니 입법과정에 걸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양도세제 개편안은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방향을 잃고 갈지자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보니 혼선만 커졌다.
좌충우돌하던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결국 27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오는 2010년까지 ‘한시폐지’로 후퇴했다. 그나마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3구는 최대 10%포인트의 가산세율을 붙이기로 해 중과폐지의 효과를 무색하게 유지했다.
심지어 개정안에는 강남3구의 경우 정부의 소급적용을 믿고 거래한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3월16일부터 4월30일까지 양도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6~35%의 일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법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기묘한’ 특례규정까지 포함됐다.
법률은 안정성의 이유 때문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급적용’을 인정한다. 하지만 시행은 물론 입법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지나치게 친절하게 소급적용 계획까지 밝힌 정부의 이번 양도세 중과폐지안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대가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다 보니 ‘한시’와 ‘예외’로 가득찬 이상한 법률개정안이 나오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과중한 양도세 ‘대못’을 뽑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대못은 뽑지도 못하고 시장의 신뢰만 잃게 됐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어느 이동통신 광고카피는 재미라도 있지만 이번 ‘쇼’에는 한숨 외엔 나오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