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19일 당 의장직을 승계함에 따라 앞으로 당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이 신임의장이 원외인사이자 세력기반이 분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일단 김근태(GT) 보건복지부 장관을 앞세운 비당권파의 득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 의장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학교(용산고ㆍ서울대) 및 재야 선배라는 점에서 당정간 협력관계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내 역학관계에서 보면 ‘천ㆍ신ㆍ정’(천정배 원내대표와 신기남 전 당 의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쥐고 있던 당 운영의 주도권이 비당권파와 분점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사실 비당권파, 특히 GT 계열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부영 체제 출범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GT계의 이 의장 지지는 제2의 창당과 함께 당내 세력재편이 이뤄질 내년 초 지도부 경선에 대비해 당권파의 힘을 미리 빼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6ㆍ30 개각과 ‘팀장제’ 실시 과정에서 GT가 라이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밀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정기국회와 과거사 규명이란 정치 일정도 당권 분점을 불가피하게 만든 시기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당권파가 의장 승계를 용인한 것도 정기국회 등으로 원내쪽에 무게중심이 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계파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당헌ㆍ당규 개정의 핵심 쟁점인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당권파는 완화,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파는 고수, GT계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내년 1~2월에 열릴 전당대회까지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임시지도부의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다양한 당내 의견을 들어 당헌 개정을 마무리해 순탄하게 전대를 치러내 당 지도부를 안착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의 협력 등 지도부 내부의 조화나 청와대와의 원활한 관계설정도 과도체제 순항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 의장이 평소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하는 등 청와대로선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의장직 교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