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20일] 납득 어려운 황영기 회장 징계 방침

황영기 KB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이 중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된 투자에 대해 사후적으로 손실이 났다고 문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투자손실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표적징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부채담보부증권(CDO)ㆍ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투자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황 회장에게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가 어떻든 국민 세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로서 경영실적이 나쁘다면 도의적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시 경영환경을 고려해 선의로 결정한 투자에 대해, 그리고 퇴임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변화로 발생한 부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되고 있는 CDO나 CDS 투자가 이뤄졌던 시점도 2007년 3월까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이다. 당시 대형화와 투자은행(IB)을 지향하던 국내 금융기관들로서는 파생상품이라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투자확대를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가 터지자 우리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다. 산업은행조차 부도난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저울질할 정도로 투자은행 진출에 열을 올렸고 우리은행의 투자도 그런 큰 흐름에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금융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경영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손실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이라고 해서 경쟁을 외면하고 위험자산 투자를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후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책임경영ㆍ자율경영 원칙에도 어긋난다. 10여년 전 환란 당시 외환관리 소홀의 책임을 놓고 공방이 일었으나 법원은 정책적 판단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신의성실 의무를 다한 경영권 행사에 대해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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