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연임이 유력했음에도 불구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연임을 포기한 데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민영화됐음에도 불구, 여전한 정부의 간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당분간 회장직을 공석으로 두고 이구택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석연치 않은 유 회장 사퇴=포스코는 공식적으로 “정부와의 교감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사퇴를 강력하게 종용해 온 데다 유 회장 스스로 재선임 여부를 정기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심판받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연임을 포기한 이유도 명쾌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사퇴압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문제를 지적했고,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도 포스코 회장직을 `옥상옥`이라고 표현하며 회장직 폐지를 주장했다.
산업자원부와 기업은행 등 정부측 기관투자가, 시민단체들이 유 회장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유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재선임을 추천하자 이를 흔쾌히 승낙했었다. 더구나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대다수가 주총에서 유 회장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유 회장의 연임은 대세로 굳어가고 있었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유 회장이 최근 며칠 사이 정부측 인사를 잇달아 접촉하면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영화된 포스코가 주주들의 판단보다는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유 회장의 재선임을 지지한 국내 투자기관과 외국인 주주들의 의사가 무시되면서 포스코는 물론 국내기업 전체에 대한 대외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분간 이구택사장 체제로 갈듯=포스코는 이번 주총에서 유 회장의 이사선임건을 상정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공석으로 둘 것인지를 결정한다. 윤석만 담당 전무는 “회장제를 폐지할 지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며 향후 어떤 경영체제로 갈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회장제를 폐지하는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 만큼 회장직을 등기이사중 한명이 맡든지, 비워두는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기업의 회장직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회장직을 공석으로 두고 이구택 사장이 경영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정관상 등기이사 가운데 회장을 선임하게 돼 있어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