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명윤리법, '강압적 난자 채취'에 무방비

자기결정권 침해 구체·벌칙 조항 없어… 규정 보완 시급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된 난자 2천61개의 확보과정과 사용 목적 등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으나 생명윤리법이 허술해 관련자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교수팀이 연구원 8명을 포함해 129명의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과정이 불투명한데도 정작 돈 거래나 반대급부 제시만 없었다면 난자 채취와 관련된 불법여부를 조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005년 1월1일 발효된 생명윤리법 제13조 3항은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면서, 위반했을 경우 징역 3년 이하의 징역에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자기결정권을 규정하고 있는 이 법의 제5조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자신이 생명과학기술의 적용대상이 되는 경우 생명윤리 및안전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해 줄 방법이나 가해자를처벌할 규정은 없다. 따라서 서울대 조사위 조사 결과와 생명윤리법 제5조만 본다면 피해자가 분명히존재함에도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조사위는 "미즈메디 병원을 통해 난자를 제공한 83명 중 12명만이 순수 기증자였다"며 난자 채취 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03년 5월 황 교수팀은 8명의 여성 연구원들에게 난자가 필요할 때 난자를 기증할 의향이 있다는 동의서를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 황교수측이나 난자를 제공한 일부 연구원들이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교수-연구원 관계에서 연구원들이 황 교수의 동의서 작성 요구를 거절하기란 쉽지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병원들은 난자채취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대한 설명이 빠져있는 약식 난자기증 동의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위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요컨대 자기결정권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난자를 채취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 변호사는 "2천 개가 넘는 엄청난 수의 난자를 성과없는 실험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허술한 법조항에서 비롯됐다. 줄기세포 연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법조항을 손질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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