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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란 한 인간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바로 복제인간(複製人間)을 의미하며 일종의 카피인 셈이다. 인간복제 기술은 크게 수정란 분할과 체세포 핵 이식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이론적으로는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복제는 동물복제와 차원이 다르다. 기술 자체의 문제점도 클 뿐더러 유전자 발현 이상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 다음으로 고등한 동물인 원숭이조차 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복제인간 출산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 거짓인가. 지난 3월 이탈리아의 한 의사가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해 복제인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산부인과 의사인 세베리노 안티노리는 주간지 '오기'와의 인터뷰에서 9년 전인 2000년에 남자아이 2명과 여자아이 1명을 복제했다고 밝혔다. 장소는 동유럽. 사실 인간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안티노리만이 아니다. 외계인을 신(神)으로 숭배하는 신흥종교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대표적인 예.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자회사격인 클로네이드를 통해 2002년 12월 복제인간 이브를 탄생시켰으며 이후 현재까지 100여 명의 복제인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정란 분할·체세포핵이식
이론적으론 가능해도
성공률 낮고 후유증 가능성커 인간복제가 이뤄지는 방식
인간복제 기술에는 크게 수정란 분할과 체세포 핵 이식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정란 분할은 수정란이 4~8개의 세포로 분열했을 때 각각의 세포를 분리해내는 것. 이렇게 분리된 세포들은 다시 완전한 개체로 분화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대리모 자궁에 착상하면 인공적인 일란성 태아들, 즉 쌍둥이들이 나오게 된다. 현재 인간복제에 쓰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은 체세포 핵 이식. 이미 이 방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이 복제됐다. 체세포 핵 이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복제하려는 동물의 체세포를 피부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이 체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한 후 생체시계를 조절해 젊게 만든다. 그 다음 대리모 역할을 할 동물의 난자를 채취한 후 성장시킨다. 다음 단계는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그 자리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것. 이어 전기충격 등으로 난자와 체세포 핵을 융합시킨 후 시험관에서 배아단계까지 배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배아를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키면 임신과정을 거쳐 복제하려는 대상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동물이 만들어진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복제동물로는 양ㆍ소ㆍ쥐ㆍ염소ㆍ돼지ㆍ사슴ㆍ말ㆍ노새ㆍ토끼ㆍ고양이ㆍ늑대ㆍ개ㆍ담비 등이 있다. 인간의 경우도 원리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인간복제 역시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성공률 낮고 후유증 커
하지만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을 복제하는 과정은 결코 쉬울 수 없다. 체세포 핵 이식 자체에 엄청난 문제가 숨어 있는 것. 우선 성공률이 너무 낮다. 동물의 체세포 핵은 원래 생식세포가 아니다. 정자처럼 난자와 결합해 수정란을 만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난자에 이식 및 융합하는 과정의 성공률이 지극히 낮다. 게다가 배아단계까지 키웠더라도 제대로 임신시켜 출산에 이르기까지는 더욱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복제수정란의 자궁 착상 성공률은 5~10%에 불과하며 이중 정상적으로 출산하는 동물은 불과 25% 수준 내외다. 또한 출산했더라도 주요 장기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돌연사를 일으켜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실제 복제양 돌리 한 마리가 태어나는 데 무려 276번의 실패를 겪어야 했다. 아직 원숭이도 성공사례 없고
'원본''사본' 유전자 동일
어느 누구도 증거는 못내놔
이런 낮은 성공률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탈(脫)메틸화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서라는 주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수정란은 발생 초기단계에 게놈에 붙어 있는 메틸기(CH3-)가 없어져야 다양한 세포로 자라날 수 있게 분화된다. 그런데 복제된 수정란의 경우 탈메틸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분화에 방해를 받는 것. 또한 복제수정란은 자궁 속에서 태아를 감싸주는 태반을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수정란은 자궁에 착상하기 전 세포 수가 약 150개 정도인 배반포기를 거친다. 배반포기 배아에는 두 종류의 세포가 있는데 하나는 태아로 자라날 내부 세포덩어리, 또 하나는 태반 형성에 관여하는 영양외배엽 세포다. 그런데 복제수정란의 영양외배엽 세포는 그 수가 일반적인 수정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태반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유전자 발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정상적 수정과정을 거친 동물 태아는 어미로부터 염색체를 하나씩 물려받는데 양쪽 염색체가 모두 발현되면 유전이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방식으로 태어나는 동물은 두 유전자 중 한쪽만 발현되고 나머지 한쪽은 앞서 말한 메틸기가 붙어 발현되지 않는다. 이 같은 작용을 유전자각인이라고 하고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를 각인유전자라고 한다. 하지만 복제동물의 경우 이 유전자각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전자 중복이 발생하기도 한다. 복제동물이 출산 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인간복제 여파 미미할 수도
복제동물 만들기는 고등한 동물일수록, 그리고 번식을 덜 하는 동물일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아직까지 인간 다음으로 고등한 동물인 원숭이조차 제대로 된 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인간복제 주장에 코웃음을 친 것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같은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사실 어떤 동물이 복제됐는지 아닌지를 입증하는 일은 간단하다. 그 동물이 체세포 핵 이식으로 복제됐다는 사실, 다시 말해 '사본'에 해당하는 복제동물과 '원본'에 해당하는 동물의 체세포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 이는 난자를 통해 모계로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난자를 제공한 동물과 같다는 점을 통해 입증된다. 하지만 인간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이 같은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인간의 가치가 복사기에서 뽑아낸 복사용지만도 못하게 되고 히틀러 같은 위험한 인간을 마음대로 복제해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제인간이 등장해도 그런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복제동물은 정상적인 동물 가운데서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복제로 탄생한 인간이라도 보통 인간과 다를 것 없는 외모, 인지능력, 그리고 감정을 가지게 된다. 복제인간 때문에 인간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한 특정한 유전형질, 예를 들어 히틀러와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복제인간이 태어날지라도 사는 환경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면 제2의 히틀러는 될 수 없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자연적 복제인간, 즉 일란성 쌍둥이만 봐도 입증되는 사실이다.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를 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은 교육방식으로 키워도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는다. 사실 무성생식인 인간복제는 그리 효율적인 생식수단이 아니다. 절차와 과정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두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게 되면 생물학적 다양성이 깨지고, 따라서 방어력이 취약한 생물그룹을 만들게 된다. 한마디로 인간복제가 된다고 해도 효율이나 효과 면에서 기존의 유성생식을 능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