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06 한국건축문화大賞/특별 기고] '삶의 건축'이 문화시대 주역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


지난 1992년 시작된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은 문화’라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면서 우리나라의 건축문화발전을 선도해 왔다. 최근에는 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올해 15회를 맞이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지향하는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한국을 빛낼 건축물의 우수성을 겨룸으로써 많은 건축인과 국민들의 관심 속에 건축문화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설계자와 시공자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을 수여함으로써, 건축에 있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건축주인 일반 국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참여자로 이끌어 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건축은 짓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후의 유지관리도 중요하며,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건축문화를 누리는 당사자로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한 건축역사학자는 미적 감동을 목표로 설계되었는가의 기준에 따라 건축과 건물을 구분한다. 즉, 건축은 작가의 창의성과 미적인 조형의지가 담긴 건물을 의미한다. 개인이 사적 소유의 목적으로 건축한 건물이라 하더라도 일단 건축물로 완성되면 장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공유하게 되는 특성이 있어 건축주 또는 작가 개인의 것일 수만은 없다. 건축이 갖는 아름다움에는 한 시대의 미적 기준과 관념, 감수성 및 다양한 삶의 양식들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이미 문화인 것이다. 또한 건축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인간의 삶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나 구조 등 여러 가지 요건을 복합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아울러 건축은 개별 존재가 아니라 그 주변의 환경과 자연, 이웃과 어울려 도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기에 건축은 사회문화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과거 개발시대에는 경제성과 효율성 등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건축이라고 하면 주로 생존을 위한 집이나 경제적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도 공급과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본적인 안전과 기술 측면에만 제도를 운용해 왔다. 건축가 역시 창의성이나 작가적 조형의지를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개발시대를 지나 문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류열풍만 봐도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는 실로 막대하며, 경제적 이익을 넘어 한 국가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건축물은 직접적으로는 관광산업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담는 문화적인 그릇으로서 한 나라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외국의 유명한 도시에는 어김없이 훌륭한 건축물이 그 중심에 있고, 그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은 21세기 문화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선조들이 유산으로 남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문화가 남아 있다. 자연과 이웃이라는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건축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져온 우리 건축의 기술을 보고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도 우리의 고유한 건축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선조들의 지혜와 장인정신을 되살려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건축문화 창달에 역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실천방안으로 아름답고 인간적인 정주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5년 대통령 소속으로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도시생활 환경의 품격을 높이면서 국민 모두가 풍요롭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토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쪼록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우리 건축문화의 인프라를 튼튼히 구축하기 위한 정부와 건축인들의 협력은 물론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해를 이끌어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건축인들과 국민, 정부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문화가 꽃을 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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