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명차 나들이] 재규어 XF

세련된 외형으로 변신했지만 특유의 '질주본능'은 여전


두툼한 헤드라이트에 근육질 몸매. 먼 발치에서 봐도 어떤 브랜드인지 한번에 알 수 있는 차. 고급 응접실 같은 인테리어를 즐기며 만끽하는 아찔한 가속. 이런 설명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차가 있다. 재규어다. 재규어는 80년에 걸친 역사를 통해 클래식한 디자인과 맹수가 튀어나가는 듯한 가속력을 트레이드 마크로 간직해온 차다. 그랬던 차가 완전히 변했다. 그 주인공은 ‘재규어 XF 2.7D’. 재규어 특유의 외관 개성은 완전히 버렸지만 강력한 속도감은 여전히 살아 있고 승차감은 훨씬 안락해졌다. 양산을 통해 ‘패밀리 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재규어 연구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과 넘실대는 파도가 만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제주. 그곳에서 재규어의 ‘뉴 제너레이션’ XF 2.7D를 만났다. 재규어의 심벌인 긴 보닛 위의 재규어 엠블럼을 없앴다. 대신 보닛을 짧게 디자인하고 크롬매시그릴을 확대했다. 무난한 디자인과 함께 주차시의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인 듯하다. 볼륨감 있는 보닛 디자인 역시 대폭 줄이는 대신 중앙을 향하도록 집중시켜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뒷좌석도 좁아 터진 옛날의 재규어가 아니라 성인 2명이 앉아도 넉넉할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이동훈 재규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영국의 대표적인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인 애스턴마틴사에서 최근 재규어로 자리를 옮긴 디자이너 이언 칼럼이 XF의 디자인을 담당했다”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변화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재규어 특유의 디자인에 반했던 기자는 사실 변화된 외관에 다소 실망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실망감은 흥분으로 바뀌고 말았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자 운전석 옆의 동그란 모양의 조그셔틀 같은 것이 툭 튀어나온다. 재규어 XF에 새로 탑재된 기어변속 시스템인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다. BMW의 차량 시스템 제어장치인 i모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용도는 전혀 다르다.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기어를 잡아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기어가 바뀐다. 재규어의 심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랄까.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패밀리 카에 중점을 둔 세단답게 진동이 적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주는 안락한 승차감이 마치 일본 차들을 타는 듯했다. 편안하지만 밋밋한 운전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에서 ‘스포츠 모드’를 발견했다. 변속기를 돌려 스포츠 모드인 S모드로 바꾸자 ‘붕’하는 강력한 엔진음이 들리며 차가 완전히 변신했다. 재규어 특유의 ‘질주본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변속 타이밍이 매우 짧고 코너를 돌 때 바닥에 착 달라붙는 성능은 재규어의 본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실제 이 차의 최고 출력은 207마력, 최대 토크는 44.4Kgㆍm으로 웬만한 스포츠카의 성능을 자랑한다. 기존 재규어의 디자인을 사랑했던 소비자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래를 향한 대담한 변신을 하면 통상 과거의 향수는 더 짙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재규어 시대를 열어 젖힌 칼럼이 화두로 내세운 ‘아름답고 빠른 차’로서 XF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점점 빨리만 변해가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디자인으로 사랑 받았던 재규어의 변신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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