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노동 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ㆍ4분기에는 1분기에 비해 생산성 증가율이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임에 분명하다. 생산성 개선 범위내의 임금인상 등 기업경쟁력을 추스리기 위한 노사 모두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수업종 생산성 갈수록 악화=올들어 노동 생산성증가율이 둔화된 이유는 경기침체로 생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비용은 그대로이거나 이전보다 늘었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위축으로 경공업, 다시 말해 내수관련업종의 생산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ㆍ4분기의 경우 중화학공업부문 생산성은 작년동기에 비해 6.1% 증가, 평균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내수위주인 경공업부문은 3.0%나 생산성이 뒷걸음쳤다. 의복ㆍ모피(-15.7%), 출판ㆍ인쇄(-10.2%), 가죽ㆍ가방ㆍ신발(-5.2%) 등은 감소폭이 컸다.
조영길 산자부 산업혁신과 서기관은 “투입비용은 변하지 않는데 내수부진으로 물건마저 팔리지 않아 생산이 크게 줄어드니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임금은 여전히 상승곡선, 경쟁력약화 부채질=생산성 개선은 지지부진하지만 임금은 뜀박질이다. 올해 1ㆍ4분기 시간당 임금상승률(명목임금 기준)은 11.3%를 기록한데 이어 2ㆍ4분기에도 8.7%를 나타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임금상승률로 비교하더라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문제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서는 현상이 올해만이 아니라 2001년이후 이어진 고질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1991~2000년 까지만 하더라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1.9%로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5.3%)보다 크게 높았다. 하지만 2001년이후 완전히 역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실질임금 상승률을 못 쫓아가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노동생산성이 임금상승률에 크게 뒤처지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한편 공장의 해외이전을 불러와 산업공동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마저 고임금을 견디지 못해 중국 등지로 공장을 옮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노사의 심각한 위기의식과 극복 노력 필요=기업 경쟁력은 노사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노사 모두의 양보와 타협이 절실히 요구된다. A기업의 관계자는 “임금상승율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악순환이 더 지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는 경영진은 기술개발 투자확대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노조는 생산성 개선 범위내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 노사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