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1일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8대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이전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헌법상 명문조항은 아니지만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하며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나 국민투표가 필요한데도 이를 거치지 않는 수도이전 특별법은 위헌이라는 게 헌법재판소의 설명이다.
심리 100여일 만에 내려진 이번 판결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법리적 논란은 종지부를 찍고 행정수도 추진계획도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수도이전을 다시 추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헌재의 판단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측면보다는 절차적 위법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나 헌법 개정 등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참여정부의 최우선 국책 사업이었고 그 기반이 되었던 특별법이 위헌으로 판결남에 따라 사실상 수도이전사업에 대한 추진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의견이 많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국민적 합의 도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비록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국민 다수의 견해와 배치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의 위치는 주권이나 영토 등과 마찬가지로 명문 규정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이며 따라서 국민투표를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에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조만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재추진 여부를 결정해야겠지만 국민적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 국론분열을 막고 행정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더 이상 행정수도 이전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적어도 국민들이 수도이전보다 더 시급한 국정과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인위적인 수도이전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도 수도이전 문제는 좀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수도이전을 둘러싸고 심화돼온 국론분열을 수습하고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수도이전 사업의 전면중단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