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野 "원천무효"… 국회 파행 불가피

■ 미디어법안 기습 직권상정<br>한나라 "상정요건 갖춰 절차 하자없다" 주장<br>민주 "허 찔렸다" 당혹… 상임위 보이콧 시사<br>내달 2일 본회의서 쟁점법안 처리도 불투명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미디어 관련법을 전격 직권상정하고 퇴장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문방위 회의실을 찾아 당시 상황설명을 듣고 있다. /최흥수기자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25일 오후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신문ㆍ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ㆍ방송법 개정안 등 여야 간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 관련 22개 법안을 일괄 기습 상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 ‘상임위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7일과 오는 3월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쟁점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민생ㆍ경제법안 처리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미디어 관련법안 직권상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2시에 열린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미디어 관련법 협의안 상정과 26일 문방위 전체회의 소집문제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오후3시50분쯤 미디어 관련 22개 법안을 전격적으로 직권상정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뭐 하는 것이냐” “위원장이 날치기하려는 것이냐, 상정은 무효다”라며 위원장석을 향해 달려갔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위원장석으로 모여들어 야당 의원들을 막아 서면서 양측 간 고성이 오가는 등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고 위원장은 정회 후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을 상정하는 것은 입법권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절차적 행위”라면서 “위원장은 법안을 선별해 상정하거나 상정 자체를 막을 근거나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 측은 일단 “허를 찔렸다”면서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상정에 앞서 법안명칭에 대한 거론도 없이 단순히 미디어 관련 법이라고 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상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고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지난 19일 22개 미디어법안에 대해 이미 얘기했기 때문에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상정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문방위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언론악법 날치기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며 “앞으로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말해 상임위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현재처럼 (여야 간) 대화와 타협 없이 이번 임시국회가 본회의를 맞을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26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특히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책임진 국회의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단호히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이날 각각 법안심사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 의원 등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여야 쟁점법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대안)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 개정안(대안)을 여야 합의로 가결, 법사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나 여야 간 쟁점법안인 은행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담고 있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나머지 법안은 날짜를 지정하지 않은 채 다시 심사하기로 하고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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