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테러리즘 프로그램에 관한 비밀 문건을 두 차례 기사화했다. 비판자들은 그런 보도에 대해 애국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국제 금융전산망 비밀 조회 보도 또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테러단체 추적을 빌미로 국제 금융전산망인 ‘스위프트(Swift)’를 수시로 조회했다는 보도는 미국의 안보와는 관련이 없다. 또 이번 보도는 유엔 웹사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는 공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정부가 어떤 기사에 대해 보도되기에는 위험하다고 주장해도 그것을 무조건 묵살해서는 안된다. 언론사들도 때론 특정 사안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국가의 이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해가 간다고 판단이 되면 보도를 하지 않거나 기사를 몇 년간 묵혀두기도 한다. 언론은 중요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별한 경우에는 보도를 포기하지만 현 정부의 손익과 같은 정치적 계산은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반대로 미국 정부의 스위프트 조회 보도는 테러단체의 추적을 어렵게 하고 부시 행정부에 정치적인 손상을 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가 NYT에 법적ㆍ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하나의 ‘경고’처럼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9ㆍ11테러 이후 테러방지를 이유로 행정권을 강화했다. 이것은 입ㆍ사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스위프트 보도는 이런 행정부의 경향을 드러낸 사례이다. 따라서 미 하원의 피터 킹 국토안보위원장이 국민의 이익을 내세워 NYT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것보다 국민을 위해 행정 권력의 비대화에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기뻤을 것이다.
9ㆍ11테러가 일어난 지도 5년이 돼간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미국의 소중한 가치인 개인의 자유와 같이 가야 한다. 자유로운 언론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설령 ‘반애국적’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