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1등 따라 하기'가 아닐까 싶다. 최고로 잘나가는 제품을 모방하면 시장 진입에 따른 노력ㆍ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방 전략에는 1등 제품이 키워 놓은 파이를 갉아먹는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모방과 베끼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헛짚기라도 하는 날에는 법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결코 쉽지만은 않은 카드다.
아직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비슷한 시비거리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모 중견 기업인 A사가 경쟁관계의 대기업 B사가 최근 내놓은 세제 제품을 두고 "우리 제품의 용기를 노골적으로 베꼈다"며 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것.
해당 중견회사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을 혼동하게끔 유인하는 부당 경쟁행위'라는 자문결과가 나올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며 "자금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월등한 대기업이 너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과거 빙그레가 해태유업을 상대로 바나나우유 용기 상표권 소송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 갈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섣부르다.
초보적인 소송 검토단계에서 문제가 일단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허용 가능한 모방'의 적정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사실 우리가 흔히 '혁신적'이라고 말하는 제품들도 파고들어가 보면 대개가 이전 제품에서 '카피'한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혁신은 기껏해야 '창조적' 모방에 불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모방을 무작정 폄하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모방에도 나름대로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제품보다 진화하려는 시도는 온데간데없고 단순히 시장에서 빨리 성과를 내겠다는 얄팍한 상술만으로 무장한 모방은 끊이지 않는 시비를 낳는 것은 물론 산업 발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