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 일정인 정상업무만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의 개혁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첫 기조발언자로 나선 이 대통령은 "IMF의 신뢰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며 "이에 대한 정상차원의 정치적 결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마바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발언권을 넘기 전에 "G20의 성공하려면 국가이익을 넘어서 국제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의견도 극복해야 한다"며 "G20이 IMF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면 IMF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이 대통령은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지난 3일 파인낸셜타임스 공동기고문을 언급하며 "IMF는 지속 가능한 세계 경제 성장모델을 만들어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외충격에 취약한 개도국과 신흥경제국들이 스스로 '보험수단(self insurance)'으로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도록 하는 유인을 줄일 수 있도록 IMF의 '글로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이 외환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세계중앙은행으로서 IMF와 세계은행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은 IMF 개혁을 위해 경제규모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거나 과소평가돼 있는 국가 간 쿼터(지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IMF 지분은 17% 정도인 데 비해 비슷한 경제규모인 유럽의 지분이 32%나 돼 있기 때문에 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과다하게 대표성(지분)을 가진(over-represent) 국가로부터 과소하게 대표성을 가진(under-represent)국가로의 쿼터가 이동되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IMF와 마찬가지로 세계은행의 개혁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의 투표권이 형평성 있게 배분될 수 있도록 지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세계은행의 경우도 IMF처럼 지분검토를 주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로벌 불균형(임밸런스)을 조정하자는 큰 틀에서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며 "이 대통령은 특히 이 같은 재조정을 통해 국제기구가 저소득국가의 식량안보, 에너지 문제 등에 적극 나서줄 것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러드 총리도 G20에서 합의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IMF 개혁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