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짜아니면 팔게 없는 중국 영상음반시장

www.emailcafe.net에 연재되는 산업부 고진갑기자의 베이징통신을 sedaily.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이번기사는 2002년 11월 7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국 땅에서 이사를 하느라 3신이 늦었습니다. 전에 살던 집이 누수가 되고 난방이 잘 되지않아 불가피하게 집을 옮겼습니다. 인터넷도 오늘 복구를 했고요. 이곳은 매우 춥습니다. 무서운 칼바람이 불 때면 잠을 설칠 정도로 바람이 매섭습니다. 서울도 춥다고 하던데 월동준비 잘 하세요. 오늘 소식은 지난 1신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가짜와 관련된 내용이 앞으로 몇 번 더 있을 듯 합니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한 젊은 여교수가 자신도 한국말 아는 것이 있다고 해 물어보았습니다. 곧바로 나온 답이 “너 까불면 죽어” 였습니다. 왜 이런 말을 할까, 혹시 요것이 한국을 얕잡아 보고 막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기분 나쁜 투로 “그런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다”며 반박했습니다. 저의 얼굴이 험악했던지 이 교수는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싱글싱글 웃으며 계속 이 말만 반복하며 저의 표정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사실 당황했지만 오해는 금방 풀렸습니다. 바로 이 말들이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대사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언제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저녁 DVD로 보았다고 답하며 무척 재미있고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덧붙이더군요. 마침 90분짜리 수업 중 40여분이 흘러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저는 이 기회를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잡다한 질문을 해가며 시간을 끈 것이지요. 이 가운데 저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DVD를 얼마주고 구입했는가` 였습니다. 이 영화가 이곳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 얼마만큼 고가로 팔리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지요. ”5위안(한국 돈 800원)”. 이 말을 듣고 사실 저는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표정으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니 이 교수는 저가 너무나 순진해 보였던지 “중국에서 정품을 사면 바보” 라며 웃고 말았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는 이를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쉬에우안루(學院路)로 곧바로 나갔지요. 저가 본 바로는 아직도 `엽기적인 그녀`의 인기는 식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이 DVD는 좌판은 물론 거의 모든 가게에서 가장 앞 자리에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가 확인한 것만도 고급 케이스에서 싸구려 종이봉지에 든 것 까지 10여종이 넘을 정도 였습니다. 물론 이 모두가 다오(盜)판이었구요. 정식 가게에서 팔리는 제품도 정판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얼마전 신문에서 가짜 CD와 DVD를 대거 적발했다는 기사를 보며 의아해 했던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서 몇 백만장을 폐기 처분했다는 내용은 있었으나 그보다 훨씬 많을 것 같은 유통물량이 얼마인지가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판매상에게 물었더니 “신문에 나오는 것은 대외과시용이지 믿을게 못되고 만들어 판 뒤 도망하는 업자들의 `히트 앤 런` 전략으로 단속에 걸리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중국에서 팔리는 음반영상물의 70% 정도가 가짜로 보면 맞을 것”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올해초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디스커버리`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DVD로 제작해 팔던 한 회사가 다오판 때문에 정판 가격(정가 50위안)을 15위안(한국 돈 2,400원)으로 내린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똑 같은 내용과 화질의 해적판이 한 장에 10원정도에 팔리는데, 정가로는 도저히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였답니다. 사실 50위안도 세계적으로 보면 싼 가격에 속하지만 중국에서는 안 통한 것이지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판이 다오판과 똑같이 진열대에서 팔리는 것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경우 해적판이 청계천 시장 등지에서 팔리는 것에 비견해 볼 때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이런 요인들이 중국을 해적판 천국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짜가 아니면 도무지 팔 게 없고 장사도 할 수 없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중국 영상음반업계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진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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