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조직원이 국내에 밀입국한 사실이 처음 드러나 출입국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선원으로 가장해 국내로 밀입국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파키스탄인 살림 모하메드(39)가 현지에서 수배 중인 탈레반 조직원인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국내 수사당국은 살림이 탈레반 중간 간부급 이상인 것으로 보고, 그가 밀입국 대상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살림이 별도 임무를 띠고 한국에 밀입국했는지는 드러난 게 없다며, 테러와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살림이 파키스탄에서 부유한 편에 속해 다른 외국인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G20 정상회의를 앞둔 우리나라의 출입국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림은 특히 밀입국 이후 역시 탈레반 활동 의혹이 제기된 안와르 울하크(31)가 성직자(이맘)로 있는 대구의 한 모스크에서 매주 예배를 본 것으로도 밝혀졌다. 안와르와 살림이 공개 예배시간 이외에 별도의 만남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살림이 2009년 2월 밀입국 이후 거주해온 경남 창녕군은 모스크가 있는 대구와 1시간 가량 떨어져 있어, 그가 매주 굳이 대구로 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당국은 살림이 수배명단에 올라 있는 탈레반 조직원이란 사실을 파키스탄 정보부(ISI) 관계자는 물론, 탈레반 근거지인 파키스탄 북서부 스왓 지역 정부군 장군(준장급) 등을 통해 중복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앞서 살림이 2007년부터 탈레반에 이름을 등록하고 한국에 밀입국 직전까지 무장활동을 해온 혐의로 수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살림이 밀입국 혐의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측에서 먼저 한국정부 쪽으로 연락을 취해왔다"면서 "이후 파키스탄 말(우르드어)을 하는 특채경찰이 직접 스왓 지역을 관리하는 정부군 장군과 ISI 관계자와 통화해 수배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살림이 2008년 말 파키스탄 정부군에 의한 탈레반 소탕작전 당시 쫓기던 끝에 밀항을 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만일 정부군 추적을 피해 밀입국했다면 중간 간부급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살림은 검거 후 경찰 조사에서 "탈레반 훈련을 10일 정도 받다가 도망쳤으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탈레반이 가족이 살던 집을 폭파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전투 당시 정부군에 의해 집이 폭파된 것"이라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살림은 다른 파키스탄 동료와 함께 2008년 12월 파키스탄 국적의 곡물운반선에 선원으로 탑승했다가, 이 배가 스리랑카를 거쳐 작년 2월 전북 군산항에 정박해 하역작업을 하는 도중 밀입국했다. 이들은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사다리를 이용해 배에서 내린 뒤 항만시설의 담을 넘어 도주했으며, 이후 경남 창녕군의 시멘트벽돌 공장에 취업해 일하다 지난달 초 제보를 받은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