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도약기 맞은 증권] ⑤'1가구 1펀드'시대 활짝 꽃핀다

한국 증시가 안정적인 네 자릿수 지수로 50돌을 맞게 된 데는 펀드의 엄청난 `구매력'을 일등공신으로 꼽지않을 수 없다. 간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유입된 풍부한 유동성이 국내 증시의 1,000선 재도약과이후 지속된 신기록 창출의 밑거름이 된 것이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더욱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조성된 유동성은 외국인들의 거센 매도 공세를 버텨낸 힘이 됐음은 물론, 향후 증시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의 토대가 되고 있다. ◆ 나날이 커지는 펀드 시장 =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한국의총 펀드 계좌 수는 1천41만개에 달한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나온 11월1일 기준 우리 나라의 일반 가구 수가1천590만인 점을 감안하면 가구당 평균 0.65개의 펀드를 들고 있는 셈이다. 펀드 계좌 수는 지난 85년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어선 뒤, 88년 300만개, 이듬해 400만개를 넘어섰고, 92년 500만개와 93년 600만개, 96년 700만개를 거쳐 98년 1천만개를 돌파했다. 그러나 대우채 환매 사태로 이듬해 800만개로 줄었던 펀드 계좌 수는 2000년 400만개, 2003년에는 367만개까지 줄어 들었다. 이후 다시 한번 간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 펀드 계좌 수는지난 한 해 동안 무려 400만개 이상 급증했다. 또 전체 펀드 설정액도 지난해 연말 190조원대에서 지난해 연말 204조원대로,또 최근에는 216조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적립식펀드 정착에 힘입어 펀드 수탁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더욱이 퇴직연금 제도의 정착과 함께 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펀드 확산등을 감안하면 향후 펀드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판매.운용 관행, 수익자 인식 개선 필요 = 이처럼 엄청난 규모로 불어난 펀드 자금은 지난 한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펀드 자체적으로도 높은 수익률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를 강요하는 불완전 판매나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모방펀드 설정 등은 여전히 운용 및 판매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또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신뢰하고 장기 투자자로 남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런 부실한(?) 펀드 유통 관행의 결과는 지난 1월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와중에 연쇄적인 펀드 환매와 펀드 보유 주식의 대량 매도 등으로 현실화돼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투자설계를 해준다는광고만 믿고 증권사 창구를 찾았다가, 잘 나가는 상품 추천만 듣고 왔다는 한 투자자의 불평이 현재 한국 펀드 시장의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상무는 "또 다른 운용사의 상품이 괜찮다 싶으면 베끼는 관행과 투자대상 자산 설정의 한계 등 운용산업의 미성숙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줄이고 장기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펀드 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펀드 시장이 더 성숙해지려면 완전판매를 통해투자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또 "자본시장 관련 통합법 제정이 추진되만 정부의 인위적인 조치만으로 시장이 성숙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높은 품질의 서비스가 없는 업체에는 통합법 제정이 기회보다 오히려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