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안정ㆍ회복 모두잡기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대로 떨어지는 등 금리가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탓에 심리적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 및 이에 따른 고유가, 미국 경기 회복의 불투명성 등에 따른 달러 약세, 단기 부동자금과 주가 하락, 민간소비나 투자 심리 등 체감지표 악화 등이 모두 거시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극단적으로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3∼4%대로 급락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는 형편이다. 거시 경제 여건이 불안정하면, 그 자체로 국민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새 정부의 개혁 정책에도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조속히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완화 내지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처방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안정 성장의 정책 기조 하에서 확실한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안정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붕괴된 중산층 기반을 강화하여 경제ㆍ사회적 완충 지대를 넓히는 한편 지속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적 금융 시스템의 창출은 상대적으로 빨리 완수되어야 할 과제다. 물론 완전 개방 경제에 있어 금융정책의 한계라는 제약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간접금융시장 중심 시스템에서 직접금융시장 중심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다양한 만기 구조를 가진 채권시장이나 직접금융시장 등 단기 금융정책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금융과 실물 부문의 연관관계가 크게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편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정책의 신축적 운용이 중요하다. 당장은 경제 여건이 나빠 콜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금리 인상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경기가 호전될 경우 단기 차익을 노리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매하면서 금리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반기 이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측면뿐 아니라 수요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할 수 있다. 소폭의 콜금리 인상은 금리 급반등 가능성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조금씩 흡수해 물가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등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금리와 실물 부문과의 상관성이 낮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 해도 설비투자 심리는 그다지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소폭의 금리 인상은 오히려 가계 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민간소비의 위축을 방지하고 확실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여건에서는 금융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의 자율성이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단기적으로 정부지출 확대와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투자와 소비 여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지출 확대나 감세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 내지 국가채무가 증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2000년부터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데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중도 OECD 회원국 평균치(73%)보다 아주 낮다는 것을 감안할 때 재정적자나 국가채무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사실상 지난 해 말부터 거시 경제 정책은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다. 콜금리는 인상 시기를 놓친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재정정책도 시차 등이 크게 고려되지 않은 채 상반기 조기 집행 비중 증대 정도만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정책당국은 금융과 재정정책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경제 안정과 확실한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추진될 개혁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고 그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철(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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