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테니스를 치다 손목을 다친 金씨 아내는 조깅 대신 병원에서 1주간 임대한 재활 로봇 닥터K의 지시에 따라 10분간 재활운동을 한 뒤 식탁에 앉았다. 식사를 마친 金씨 부부는 실버타운에 계시는 어머니의 간병로봇 「백의천사」의 월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결코 공상과학소설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20년, 멀어야 30년 뒤면 우리 앞에 다가올 현실이다.
과학자들은 20세기의 마지막을 정보통신의 결정체인 인터넷이 장악했다면 다가올 21세기는 「로봇세상」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로봇이 분명히 21세기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로봇이 생활 속에 파고듦으로써 인간친화적인 로봇을 만드는 일이 로봇 과학자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봇연구센터는 얼마전 시각기능과 자유로이 움직이는 팔과 손가락을 갖추고 네 발로 돌아다니는 「센토」를 개발, 기능향상 작업중이다. 센토는 현재 컵을 들어올리거나 물건을 옮기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움직임이 자주 끊기고 한번 넘어지면 일어날 수 없는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컴퓨터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21세기 호모 사피엔스」에서 『2020년쯤이면 PC 1대가 인간의 두뇌를 따라 잡을 것』이라며 『2029년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컴퓨터 전문가 제임스 핸들러 박사도 최근 CNN방송과의 대담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설겆이, 잔디깎기, 요리 등 가사를 책임지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생활 속 로봇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지금도 이들 로봇들은 우리 생활속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대표적인 생활용 로봇을 3분야로 나눠 살펴본다.
◆집안 일의 해결사 가정용 로봇=「씨예」라고 불리는 가정용 로봇이 현재 시판중이다. 집안의 카펫 청소나 TV를 보며 저녁식사를 할 때 시중을 든다. 2개의 바퀴로 된 장치를 한 쓰레받기 모양의 이 로봇은 PC를 통해 제어되며, 무선 링크를 통해 데이터가 송수신된다.
국제연합(UN)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래에는 이같은 가정용 로봇이 핸드폰이나 PC처럼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로봇의 판매는 10년~15년에 걸쳐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가정용 로봇의 출현은 미래학자들이 항상 바라는 미래상이었다. 최근까지도 50년대 스타일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선이 깔린 가정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컴퓨터로 제어된 장비나 시스템 사이에서 중요한 연결 매체로 봉사할 것이라고 한다. 2002년까지 50만개의 청소하는 로봇과 2만4,000개의 다른 가사 로봇이 전 세계에 보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감정표현이 가능한 애완용 로봇=일본 소니가 시판한 애완로봇 「AIBO」. 고양이와 강아지를 닮은 이 로봇은 장난을 치고 슬퍼하거나 화를 낼 줄 알고 기쁠 땐 꼬리를 흔든다. 머리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사람이 부드럽게 쓰다듬는지 꾸짖는지를 판단할 수도 있다. 앉기도 하고 춤도 춘다. 재롱 떠는 것에 싫증을 느끼면 정지 버튼을 누르면 된다. 2,500달러의 고가 장난감인데도 지금 주문하면 두세 달을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 로봇 강아지가 단적인 예지만 현재 일본에선 정교하게 감정표현이 가능한 애완용 로봇 개발의 실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팔이나 귀, 입을 사용해 즐거움이나 노여움, 놀라움 등의 간단한 감정을 표현하는 애완용 로봇은 이미 개발된 상태. 나아가 노인들을 위한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말하는 로봇 고양이도 내년쯤이면 시판될 예정이다.
◆심장수술을 돕는 의료용 로봇=미국에서는 최초로 컴퓨터에 의해 기능이 부가된 로봇 기술을 이용해 심장 수술때 의사들이 도움을 받았다. 이 새로운 기술은 최근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얼마전 미국에서 최초로 시술됐으며, 오하이오 국립대가 내년에 이 장치를 사용할 최초의 메디컬 센터가 될 예정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에는 2가지 새로운 기술이 사용된다. 첫째로는 컴퓨터에 의해 기능이 부가된 시각화 기술이고, 또 하나는 고등 관절 로봇을 사용해 심장 수술시에 환자의 정신적 외상을 줄여 치료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심장 수술은 의사들이 흉골을 가르고 심장을 만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갈비뼈를 분리시켜야 한다. 이에 비해 이 새로운 방법은 작고 연필만한 크기의 다관절 로봇을 사용해 가슴에 1인치 정도의 구멍을 통해 심장에 접근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로봇 팔이 갖가지의 수술 도구가 닫혀진 가슴속에서 조작되게 된다.
의사들은 즉 「가상적인 방법」으로 수술을 하게 되며 로봇 팔이 의사의 모든 동작을 그대로 따라해 실제 환자에게 「실제적인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홍준석기자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