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 대부분 청주 사용 잡내 사라지고 향만 남아<br>막걸리, 주꾸미 요리에 필수… 이스트 대용으로 활용도<br>와인 넣은 닭찜 '꼬꼬뱅'… 독일 족발 '학센' 엔 맥주 가미
| 와인을 넣은 프랑스식 닭찜 '꼬꼬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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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에 내기 직전 소흥주로 향을 낸 광둥식 불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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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소주를 소스와 곁들여 만든 셔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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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념에 막걸리를 넣는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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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신선의 음식 불도장… 화룡점정은 소흥주
중화요리 대부분 청주 사용 잡내 사라지고 향만 남아막걸리, 주꾸미 요리에 필수… 이스트 대용으로 활용도와인 넣은 닭찜 '꼬꼬뱅'… 독일 족발 '학센' 엔 맥주 가미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와인을 넣은 프랑스식 닭찜 '꼬꼬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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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내기 직전 소흥주로 향을 낸 광둥식 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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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소주를 소스와 곁들여 만든 셔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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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에 막걸리를 넣는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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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요리에 꼭 들어가야 하는 필수 재료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비법을 가진 요리사라면 반드시 사용하는 것은?
정답은 술이다.
요리할 때 술은 마치 촛불 같은 역할을 한다. 술을 음식에 넣으면 알코올 성분은 재료의 잡내와 함께 사라지고 향만 남는다. 또 식재료를 술에 담가놓으면 조직을 연하게 해 씹는 맛이 부드러워진다.
예전에는 음식에 쓰는 술로 청주나 맛술 정도가 선택의 전부였다면 요즘은 막걸리부터 소주, 코냑, 맥주, 와인 등 주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술이 요리에 쓰인다. 술마다 특유의 향이 있고 음식과 궁합이 맞는 술도 제각각이라 재료마다 다른 술을 써야 한다고 요리사들은 귀띔한다.
광화문의 한 유명 프랑스 음식점 주방에서는 주방장들이 여러 종류의 술이 가득 담긴 카트를 옆에 두고 요리를 한다는 소문도 있다. 요리연구가 김소영 씨는 "술은 미세한 맛의 차이를 낸다"며 "재료에 맞는 술을 잘 활용하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맛집의 비밀을 캐보면 의외로 술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술이 내는 미세한 맛의 차이를 손님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술이 자연스럽게 음식의 맛과 향을 내는 감미료가 돼 다른 음식점과는 차별화된 맛과 향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막걸리=매일 밤 손님 행렬이 이어지는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부드럽게 씹히는 주꾸미 맛의 비결은 막걸리다. 주꾸미 불고기 양념에 막걸리를 더하면 비린내를 없애고 씹는 맛을 부드럽게 해주며 막걸리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수 있다.
장영철 사장은 "막걸리를 첨가하는 것은 어머니 비법을 전수받은 것"이라며 "어머니가 전남 순천에서 음식점을 하셨는데 전라도 지방에서 홍어무침을 하기 전에 홍어를 막걸리에 담그는 데서 착안하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매일 점심, 저녁마다 초벌 양념을 한 쭈꾸미를 하루 100㎏씩 버무리는데 여기에 막걸리 4ℓ 가량이 들어간다.
구백식당, 삼학집, 복춘식당 등 여수에서 서대회로 유명한 음식점들은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서대회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을 내기 위해 막걸리 식초를 담근다. 고두밥을 지어서 누룩과 함께 섞은 다음 물을 부어 놓으면 발효가 되는데 이때 막걸리를 조금씩 부어 만든 것이 막걸리 식초다. 막걸리 식초 덕에 서대에서 비린내가 사라지고 새큼달큼한 특유의 감칠맛이 돈다.
막걸리의 단 맛은 한국식 디저트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종호텔 한식당 '은하수'의 이광진 주방장은 증편, 개성주악 등 술을 첨가하는 음식을 만들 때 반드시 막걸리를 사용한다. 특유의 향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효모 성분이 있어 이스트 대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한데다 일반적으로 발효주 중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이 주방장은 "막걸리가 증편이나 개성주악의 반죽을 부풀어오르게 하고 맛의 변질도 막아준다"며 "한여름에 길에서 파는 밀가루 술빵에 막걸리가 들어가 변질을 막아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편이 여름철 간식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폐백, 이바지 음식에 빠지지 않았던 개성주악에도 찹쌀가루 10컵당 막걸리 1컵이 들어간다. 반죽의 농도도 막걸리로 조절한다. 갓 구운 개성주악을 한 입 물면 막걸리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올라와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다.
막걸리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디저트의 주재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롯데호텔 서울의 '피에르 가니에르'에서는 지난달말부터 막걸리 무스를 디저트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막걸리 무스는 젤라틴과 막걸리를 섞어 만든 일종의 막걸리 크림으로, 주재료인 딸기에 화이트 초콜릿, 검은깨를 곁들여 톡 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중국술=향을 중시하는 중화요리의 경우 어떤 음식에 어떤 술을 쓰는지조차 영업 비밀에 속할 정도로 술은 중화요리의 화룡점정을 찍는 재료로 꼽힌다. 대체로 중화요리에는 청주가 사용되며 일부 호텔의 경우 때에 따라 고량주, 꼬냑, 장미주 등을 쓰기도 한다.
광둥요리를 선보이는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소흥주(紹興酒)를 넣는다. 지난해 중식당을 새롭게 오픈하면서 홍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향을 내겠다는 전략 아래 요리에 소흥주를 첨가하게 된 것. 담근후 오랜 시간 항아리에 보관한 소흥주는 광둥 요리 특유의 담백한 맛을 더하고 육수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특효다. 향을 살리기 위해 요리를 테이블에 내기 직전에 소흥주를 넣는데 불도장에도 마지막 단계에 소흥주 5㏄를 첨가해 특유의 향을 더한다.
소흥주는 중국의 황주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술로 소흥 지방의 찹쌀을 발효시켜 담근 술이다. 광둥 지방에서 딸을 시집보낼 때 10~20년 전 담가 보관했던 소흥주 단지를 함께 보내는 것이 오랜 풍습이었던 데서 알수 있듯이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
◇와인=우리가 간장이나 고추장을 베이스로 양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베이스로 소스를 만드는 음식이 많다.
웬만한 프랑스 음식에는 대부분 와인을 첨가하는데 조리 중에 와인을 부어 불꽃이 올라오면 알코올 성분은 날아가고 와인의 맛과 향이 식재료 안에 고스란히 배게 하는 과정을 '플람베'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다량의 와인과 함께 찜을 하는 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가정식으로 즐기는 요리인 꼬꼬뱅(Caq au Vin)은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을 넣은 닭찜으로, 우리가 닭볶음탕을 요리할 때 양념을 넣듯 와인과 육수를 7대3 비율로 넣어 장시간 익힌 요리다. 일부 화이트 와인 생산지에서는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을 넣고 꼬꼬뱅을 만드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특히 꼬꼬뱅에는 장닭이 사용되는데 어린 닭은 냄새가 적지만 장시간 졸이면 물러지는 경향이 있어 장닭을 쓰는 대신 와인으로 잡내를 제거하고 와인 향을 입힌다. 와인 속 산 성분은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도 한다.
이밖에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와인 찜 요리로 쇠고기 찜요리인 뵈프 부르기뇽(Bœuf bourguignon), 겨울 사냥철에 잡은 사슴이나 멧돼지 고기를 레드 와인에 절여 요리하는 시베(Civet) 등이 있다.
◇맥주=영국과 아일랜드, 독일 등 맥주가 유명한 나라에서는 맥주를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맥주는 튀김요리의 반죽을 부풀리는 이스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샤브샤브 국물로 쓰이기도 한다.
일반인들도 활용할만한 것은 튀김 반죽 시 물 대신 맥주를 넣는 것. 생선튀김이나 양파링을 만들 때 맥주 속 탄산이 반죽을 부풀어 오르게 해준다.
잡내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독일식 족발인 학센(돼지뒷다리)은 맥주와 물을 5대5로 섞어 3일 정도 재워뒀다가 요리하는데 맥주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고기를 연하게 해준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모두 맥주에 재웠다 조리하면 은은하고 향긋한 향이 배어나오면서 씹는 맛까지 쫄깃해 가정에서도 활용해볼만하다.
이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조리상무는 흑맥주를 자주 사용한다. 닭을 삶을 때 기네스 흑맥주를 한 컵 넣어 삶는데 흑맥주 특유의 진한 향이 배면서 고기 맛이 살아나 '토마토 소스 닭도리탕' 등의 요리를 할 때 빠뜨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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