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비상경영 배경·전망]

투자 줄이고 수출총력…내실다져 침체늪 벗기"전사적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대표이사 스스로 '비상경영'이라는 단어를 썼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게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별한 게 아니다.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잇달아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국가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포철도 투자축소, 경비절감의 비상경영에 나섰다. SK㈜ㆍ대한항공 등 여러 기업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왜 비상경영인가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은 "올 1ㆍ4분기 실적을 보면 최근 경기침체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환율급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도 비상경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포철의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간 수출액이 26억달러인데 비해 원재료 수입액 30억달러, 달러표시 부채 17억달러에 이르는 포철은 지난해에도 연말 환율 급등으로 2,400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는데 올들어 이것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올해 예상환율을 1,150원으로 잡아 환율 10원 상승에 2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입비용이 1조9,000억원에 이른 철광석과 석탄도 해외 생산업체들의 가격인상 요구로 철광석은 4.3%, 석탄은 평균 10%의 가격인상에 최근 합의, 올해만 700억원의 원가상승 압력을 받게됐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이유도 포철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세계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원가부담이 높아져 이를 줄이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상경영의 내용 주요 기업들은 투자축소와 경비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방어적 대책이다. 공세적 대책으로 업계는 매출확대를 위해 수출 늘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업계는 순익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며 내실경영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조원의 투자를 줄이기로 했으며 삼성전기는 4,300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 채산성 높은 고부가가치 쪽에 선별 투자하기로 했다. 포철은 최근 지난 98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연간 순익 1조원'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한다는 각오 아래 긴축ㆍ비상경영 체제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2조4,000억원으로 잡았던 올해 투자비를 2조원으로 축소하고 제철소 설비투자 가운데 올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2,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내년으로 유보하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ㆍ에너지 등 신규사업을 위해 마련한 예비비 3,000억원을 1,000억원으로 줄이는 것이 포함됐다. 포철은 전력용수비ㆍ광고선전비ㆍ통신비ㆍ소모품비ㆍ접대비 등 1조여원에 이르는 관리비를 대폭 줄이고 17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달러표시부채를 14억5,000만달러까지 감축시키기로 했다.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기업들 최근 국제경제 침체에 대한 위기의식과 그 대책으로 제시되는 비상경영은 SK㈜ㆍ대한항공ㆍ효성ㆍ새한 등 대부분의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SK㈜는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유화부문 빅딜 추진, 일동 골프장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15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10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올해 외화부채 1조7,000억원을 갚아 환차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은 적자노선을 과감히 감편하는 한편 리스크매니지먼트팀을 가동해 환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새한도 고부가가치 제품개발과 신제품 조기출시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경비절감, 생산성 품질 향상, 채권 재고 감소로 비용을 20% 줄여 워크아웃에서 조기에 탈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효성ㆍ고합 등도 올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비절감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위기의식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들의 긴축ㆍ비상경영체제는 널리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갑기자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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