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농협 현금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돼 1,100만명에 달하는 예금가입자의 카드를 교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보관리가 가장 잘 되고 안전하다는 금융기관이 이러하니 우리사회의 정보보안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장 1,100만장의 카드교체 비용도 엄청나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번사건은 카드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정보화시대를 맞았지만 그만큼 정보화마인드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보화시대의 혜택을 누릴 줄만 알았지 이에 상응하는 마음가짐과 보안관리 등을 소홀히 해왔다. 금융기관도 보안 관리 등을 철저히 해야겠지만 고객들도 스스로의 정보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사고가 난 현금카드가 10여년 전에 개발된 것이라 보안에 문제가 있었다는 농협의 말에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금융기관의 보안관리 등은 전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금융기관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보화의 발길이 빠른 만큼 정보를 빼내는 해킹 등의 수법도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정보관리에 무감각하기는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은행창구에 가 보면 잘못 쓴 청구서를 무감각하게 버리고 현금인출기를 사용할 때 뒷사람이 어깨너머로 비밀번호를 훔쳐 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돼 발가벗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르는 곳으로부터 생일축하 전화나 카드를 받고도 기뻐 만 할 줄 알았지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과정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정보유출은 국가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간에 정보전쟁을 하고 기업간엔 산업스파이가 활개를 친다. 정보화시대엔 정보는 바로 돈이다. 다행히 이번 단위농협 카드 정보유출사건의 고객피해는 현재까지 1억여원 정도지만 앞으론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사고는 정보화사회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특히 농협과 같은 금융기관의 보안의 허술함은 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엔 농협이 기존피해는 보상하고 서둘러 조치를 취해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이러한 사고는 모든 금융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도 이번 농협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빈틈없는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보화 마인드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